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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평점 :
KAIST 바이오및뇌과학과 교수로서 인간유전체학을 연구하는 유전학자 최정균이 들려주는 유전자 이야기를 《유전자 지배 사회》를 통해서 만나본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만났던 '이기적인 유전자'를 우리 주변으로 끌어와 가정, 사회, 경제, 정치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편안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책이다. 과학이 주는 무게감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유쾌한 책이다. 오랜만에 만나본 유쾌한 과학 책이다.
유전자로 접근한 사랑은 숭고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1장 가정 : 사랑이라는 자기 기만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착각이며 그저 유전자가 번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일 뿐이라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묘하게 설득당해 사랑을 다시 보게 된다.
사랑이 '번식'을 위해 '혈연'을 향해 '조건적으로'나타나는 것이라면 2장 사회 : 혐오로 가장된 두려움에서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 혐오는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타인들'을 향해 '무조건적으로'행사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왜 혐오는 주로 이민자, 다른 인종, 성소수자 등 이른바 '정상'에서 벗어나 보이는 이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것일까? 편도체와 교감신경의 메커니즘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혐오로 변장한 유전자의 '두려움'이 어떻게 고정관념, 편견, 차별 그리고 공격성으로 변화하는지 보여주고 있어 정말 흥미롭고 재미나다.
3장 경제 : 자본주의 세상의 번식 경쟁은 "지금부터 100년 뒤에 경제학자들에게 경제학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물어보면 대다수가 찰스 다윈이라고 대답할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경제를 유전학으로 풀어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4장 정치 : 자연스러운 보수, 부자연스러운 진보에서는 정치하면 언제나 접할 수 있는'보수'와 '진보'가 등장한다. 설마 유전자로 진보와 보수가 설명될까?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특징을 생물학으로 풀어내며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등판시킨다. 호르몬과 정치 성향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
5장 의학 : 아프고 늙고 죽어야만 하는 이유와 6장 종교 : 인간은 태어나지 않는다에서는 경외심이 거꾸로 인류에게 독이 된 과정을 보여주고 기독교가 가지는 의미를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 '나가며'에서 들려주는 '그 약 the pill'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말고 만나봐야 할 내용이다. 정식 약 이름이 있는데도 '그 약'으로 불려야 했던 약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그렇게 불려야 했을까?
이 책은 어느 한 부분도 스치듯 넘길 수 없다. 한 장 한 장을 촘촘하게 톺아봐야 한다. 1장부터 6장까지 아니 '들어가며'와 '나가며'까지 모두가 흥미롭고 재미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유전학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없더라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유전자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넓게 또 깊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과학 영역 즉 유전학에 머물지 않는다. 결국 유전자들이 번식과 생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생명체에게 가혹할 정도로 적대적인 '자연'에서 찾으며 이야기를 자연으로 확장시킨다. 인류가 자연을 파괴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자연이라는 적이 우리 바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가 심어놓은 인간 본능 역시 자연의 일부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재미나게 이어진다. 유전자라는 과학을 다루고 있지만 지식보다는 지혜를 전해주는 흥미로운 인문학 책처럼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동아시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