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여자, 작희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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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고은규《쓰는 여자, 작희》를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가제본이지만 표지가 아름다웠다. 정식 출간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찾아올지 무척이나 기대하게 만드는 장편소설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제목과 표지와는 다른 느낌이다. '작가 전문 퇴마사' 미스터가 첫 페이지부터 등장한다. 판타지 소설인 듯 시작한 소설은 일제강점기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며 역사소설처럼 변화한다. 또, 이 소설의 모습은 글을 쓰는 작가들의 애환을 보여주는 이야기로도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모습은 글 쓰는 여성들의 삶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별다른 변화가 없는 여성들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페미니즘 소설에 가까운 것 같다.


p.190. '왼손으로 나를 증명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창작이라는 산고를 겪고 있는 경희와 윤희는 글을 방해하는 혼령을 퇴치하기 위해 미스터를 작업실로 부른다. 작업실을 공유하고 있는 은섬은 퇴마 의식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 퇴마사 미스터의 뜻밖의 말에 놀란다. 그렇게 은섬은 자신이 읽고 있던 오래된 일기를 통해서 만난 작희의 혼령을 의식하게 된다. 이제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일제강점기에 글을 쓰던 작가들과 현재 이야기를 창작하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시간을 오가며 들려주고 있다.


p.115. 산 여자들이 죽은 여자를 사이에 두고 울었다.


현재의 여성 작가들은 그래도 창작을 통해 독립할 수 있지만 당시의 여성들은 독립이라는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작희의 독립심을 키워준 자랑스러운 어머니 중숙은 서포 운영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독립적인 삶을 이룬다. 그리고 자신의 딸 작희와 어린 식모 점예에게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 점예에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주고 친동생처럼 살뜰히 살펴주었다. 이야기는 당시 힘겨운 삶을 살던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며 이어지는데 그중 미설이라는 여성의 삶이 흥미로웠다. 작희의 어머니 중숙이 죽고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 여성 미설.


작희作囍. 1930년대 서포를 운영하며 글을 쓴 여성을 중심으로 당시 몹쓸 남자들의 다양한 모습이 그려진다. 혼령들의 등장으로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남자들의 한심한 행태가 너무나 판타스틱해서 판타지 소설인듯하다. 외도는 기본이고 구타는 옵션으로 달고 사는 쓸모없는 인간들이 다수 등장한다. 거기에 힘없는 여성의 창작물을 도둑질하는 최상의 쓰레기가 혈압 게이지를 제대로 올린다.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서 당시 여성들은 어떻게 참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교유서가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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