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오만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5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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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오만》우리나라에 소개된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시리즈의 전편들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 『비웃는 숙녀 두 사람』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만나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이야미스'라는 일본의 미스터리 한 장르를 맛본 적이 있다. 읽으면 기분이 나빠진다는 생소한 장르였지만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때 만남의 기분이 씁쓸함 정도였다면 이번 이야기《카인의 오만》과 만난 기분은 정말 더럽게 나쁘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들이 연속으로 등장하고 결국에는 자기 합리화로 주인공 이누카이를 혼동에 빠뜨리는 거대악이 정말 밉고 싫었다. 이 시리즈도 '이야미스'라는 장르인가? 은퇴한 노인이 개를 산책하던 중에 공원에 묻힌 한구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장기 일부가 적출된 흔적이 남은 시체는 신원이 확인되기 전부터 분노 게이지를 급상승시킨다. 시체의 연령이 십 대라는 점도 안타까운데 장기의 일부가 적출되고 도저히 의사 솜씨라고는 볼 수 없는 상태로 봉합되었다는 점이 정말 경악스러웠다. 이야기가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소년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번에도 상태는 전과 비슷하고 적출된 장기도 같다.

이제 이누카이와 아스카 그리고 경시청 수사 1과 형사들은 연쇄살인범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시키다. 어떤 사이코가 이따위 못된 짓을 했을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작가는 반전을 들이민다. 첫 번째 시체는 일본인이 아니라 중국 소년이라는 것이다. 그 아이는 왜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와서 끔찍한 일을 당한 것일까?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의 무게는 너무나 무거웠다. 소년은 중국의 빈곤층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발견된 시체의 주인도 일본의 빈곤층 아이였다.


생체 장기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많지만 장기를 제공할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러다 보니 끔찍한 장기매매 이야기가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되는 듯하다. 그런데 이 소설에 등장한 녀석들은 어린아이들을 노린다. 그것도 빈곤층의 아이들을.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빌런들은 전혀 반성할 생각도 없고 자신들은 도덕적으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그들은 아이들에게 '돈'을 지급했기 때문에 전혀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재미와 흥미는 배가된다. 하지만 분노 게이지는 곱이 된다. 결국 진실의 중심에 선 인물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분노는 폭발하고 만다. 곳곳에 숨은 반전들이 이야기에 흥미와 재미를 더하지만 범인들의 면모가 주는 분노는 따라가지 못한다. 정말 이 소설은 혼자서 아무도 없을 때 읽어야 할 것 같다. 입에서 육두문자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절대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읽으면 안 될 책이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아이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사회성 짙은 깊이 있는 소설이다.



"블루홀6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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