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관들에게

떠나가는 관들에게
연마노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3월

연마노 작가가 그린 미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래의 어느 시점의 인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8편의 이야기 속 사람은 그렇게 변한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연마노 SF 소설집 《떠나가는 관들에게》가 재미와 흥미를 더하는 까닭은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외계 생명체가 바라본 우리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미래에서 온 미래의 인류도, 해체된 별에서 온 '정신체'도, 다른 차원에서 방문한 존재도 등장하는 정말 흥미로운 소설들을 담고 있는 멋진 작품집이다. 미래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과 인간에 대한 심리적인 접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이야기를 더욱더 깊이 있게 해주고 있다.

〈떠나가는 관들에게〉 타임머신이나 우주 셔틀 같은 긍정적인 표현도 많은데 우주로 가는 작은 우주선을 왜 '관'이라 불으며 비하하고 있는 것일까? 서진의 입장이라면 서진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곳에서 침대에 누워있었야 한다면 미래의 시점으로 보낼 것 같다.

p.42. 나는 미안해. 그리고 미안하지 않아.

〈태엽의 끝〉 미래의 세계에 변화는 사후세계도 변하게 한다. 영혼권 위원회가 등장하고 '영혼' 재활용이라는 정말 독특한 소재를 보여준다. 〈75분의 1〉에서도 인간 영혼의 재활용 이야기가 나온다. 〈태엽의 끝〉은 미래에도 인간을 괴롭히는 '우울증'이 보인다.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지킬 수 있는 가장 소중한 말이 보인다. '한 번이라도 물어봤으면 좋았을걸. 괜찮으냐고.'(p.70)

〈아틀란티스의 여행자〉 '…낭만을 갖는 것은 그게 어느 정도 남의 일일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일 때.'(p.130) 지구 환경의 변화로 해수면은 올라가고 그 영향으로 마을이, 집이 물속으로 사라진다. 그곳에 낭만이 있을 수 있을까? 미래에서 온 미래의 인류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줄까?

〈떠나가는 관들에게〉가 미래 인류에게 과학 발전에 대한 선택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과학보다는 인간의 심리를 다루고 있는 듯하다면〈저주 인형의 노래〉은 말 그대로 과학적인 상상을 담고 있다. 우주의 별에서 온 외계 생명체가 곰돌이 인형의 몸을 빌려 인간들의 삶에 들어온다는 이야기이다. 자신들의 별이 없어지면서 지구에 온 '정신체'는 겉모습은 없이 숙주를 찾아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외계 생명체의 눈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더욱더 재미나게 만날 수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별에 따른 아쉬움과 안타까움이다. 하지만 작가가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삶에 대한 용기, 희망인듯하다.'살아. 살아. 살아요.'(p.125)〈방주를 향해서〉 과학 발전이 불러온 비정함보다는 인류가 오래도록 간직한 따스함을, 지구 환경 파괴가 가져온 안타까운 인류의 미래보다는 지구를, 인류 사회를 지키기 위한 인간의 용기와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단편 작품집이다.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