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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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출판 이후 전 세계에서 6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등의 상을 수상한 조엘 디케르《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만나보았다. 1권과 2권 두 권으로 구성된 책은 그 두께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1100 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에도 표지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처음 느낌은 가볍고 유쾌하다. 물론 '해리 쿼버트'가 누구인지 또 이 책이 담고 있는 사건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표지 속 아름다운 '수국'과 '저택'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소설은 시대적으로 두 시대(1975년, 2008년)를 수시로 교차하며 전개된다. 1975년경의 이야기는 해리 쿼버트라는 작가가 주인공으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2008년경의 이야기는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작가 마커스 골드먼이 주인공이다. 이 두 이야기의 접점은 해리 쿼버트의 집 마당에서 발견된 33년 전 실종됐던 15세 소녀 놀라 켈리건의 유해이다. 자기 집 마당에 시체를 파묻어 놓고 인부들에게 땅을 파라고 시키는 살인자가 있을까? 하지만 해리 쿼버트는 체포되어 감금된다. 유해와 함께 발견된 가방 속에서 해리의 원고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고 표지의 짧은 문구 때문에 해리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해리의 무죄를 굳게 믿고 있는 제자 겸 친구 마커스 골드먼이 나락으로 떨어진 해리의 명예를 지키고,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외딴 바닷가 마을 오로라에 온다. 비밀을 잔뜩 가진 것 같은 해리는 무언가 의심스럽지만, 그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마커스는 믿음이 간다. 나락으로 떨어진 해리의 일로 온 마을이 술렁이고 있을 때 마커스의 등장은 다시 한번 마을을 술렁이게 한다. 마커스가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갈수록 마커스의 원고 마감 시한도 다가온다. 해리를 최고의 작가로 또 대학교 교수로 살게 해준 작품의 원고가 왜 로라의 가방에 들어있었을까?


슬럼프에 빠진 작가와 함정에 빠진 작가의 이야기는 조금씩 답답해진다. 슬럼프에 빠진 작가 마커스에게 해리 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쓰기를 출판사에서 제안을 한다. 스승이자 친구인 해리의 아픈 과거 이야기를 자신의 슬럼프 탈출용으로 사용해야 할지 괴로워하는 작가 마커스에게 마을을 떠나라는 경고 메시지가 날아든다. 로라 실종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있는 마커스가 누군가를 자극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이자가 범인이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반전'이 길을 막고 서서 혀를 찬다. "쯔쯔" 하고.


몇 번 반복되는 반전은 이 두꺼운 책 두 권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게 한다. '순삭'이라는 표현 말고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정말 재미나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1권을 시작하는 첫 챕터가 31기억의 심연 속에서이고 2권 마지막 챕터가 1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다. 검은 바탕에 특별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31이라는 숫자가 가진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왜 31부터일까?


하지만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인간, 특히 어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잘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소아성애자, 갑질하는 부유층, 외모만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경찰, 아이를 무조건 보호하려는 잘못된 부모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고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어른들이 보인다. 삐뚤어진 어른들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는 책이다.


빠른 전개는 30년이라는 세월을 단숨에 따라잡는다. 자신에게 작가로서의 삶을 열어준 스승을 지키기 위한 정말 끈질긴 집념이 진실을 밝히지만 그 진실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반전의 반전'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물론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밝은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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