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3
이희영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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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백지보다

귀퉁이의 작은 얼룩에만 집중하는지도 모른다.

삶의 얼룩들에 한번 시선을 빼앗기면 더 크고 소중한 것들이 안 보인다.

그래서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두렵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위해 정작 보이지 않는 것들을 놓치게 될까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소설선 세 번째 작품을 가제본으로 만나본다.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희영 작가의 《페이스》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여고생 시울의 이야기다. 세상의 다른 모든 것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의 얼굴만은 볼 수 없는 심정은 어떨까? 아프고 슬프고 또 괴롭지 않을까? 하지만 시울이는 감정을 사진으로 배우던, 자폐 증상을 보이던 드라마 주인공 우영이 같이 씩씩하고 유쾌하다. 매일 아침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표현하는 시울의 다양한 묘사들을 만나보는 것도 흥미롭다.


유치원 그림 그리기 시간에 처음으로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그리는 데 시울이는 그릴 수 없었다. 시울은 자신의 눈, 코,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섯 살 소녀 시울은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다. 많은 병원을 찾아다니던 엄마와 아빠에게 시울 자신의 얼굴이 보인다고 말한 것이다. 시울이는 그렇게 1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고 아직도 자신의 얼굴 생김새를 모른다. 거울에도, 사진 속에도 자신의 얼굴은 없다. 대신 매번 다른 형태의 얼굴이 있다.


시울과 함께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묵재의 무게감 있는 등장은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듯하다. 시울 '나'의 이야기에서 묵재 '가족'이야기로 확장된 것 같다. 묵재를 두고 떠도는 소문을 시울도 알고 있지만 서로 접점이 없었던 탓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한순간에 묵재와 시울은 연결되고 서로 소통하게 된다. 세상을 모두 보면서도 자신의 얼굴은 볼 수 없는 소녀와 세상의 모든 것을 외면하려는 소년의 만남은 어떻게 전개될까?


자신의 상황을 들려주는 묵재와의 소통을 통해서 자신의 상황도 정리해 보는 시울. 그렇게 둘은 서로를 통해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중요하게 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더 유리할까? 내 얼굴을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 중에서. 내 표정의 변화를 볼 수 없으니 상대방이 날 어떻게 볼지 매 순간순간을 긴장 속에서 지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시울은 그럭저럭 잘 지낸다. 단짝 친구 라미와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시울과 외할머니의 우연한 데이트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엄마, 아빠를 떠올렸다. 어머니가 선호하는 커피를 알고 있는가? 아버지가 좋아하는 생선을 알고 있는가? 시울은 자신의 얼굴만 보지 못할 뿐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은 모두 보고 있는 것 같다. 할머니의 해맑은 웃음을 마음에 담을 줄 알고, 묵재의 가슴 아린 슬픔을 공감할 줄 아는 아이 시울의 멋진 성장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김지은의 분석도, 작가의 말에 담은 저자의 말도 시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먼저 만나보고 접하길 바란다.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찾아보길 바란다.



"현대문학을 통해서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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