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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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로운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경성 제일 끽다점《카카듀》에는 '경성'이 보인다. '서울'이 아닌 경성. 경성의 등장으로 색다른 제목의 이야기는 역사소설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한겨레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 박서련은 경성에 어떤 인물들을 등장시킬까? 카카듀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흥미로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재미난 상상을 하며 책장을 넘긴다.


p.312.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도 엄망진창일 것만 같다.

끝까지 조금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책장 넘기는 속도는, 이야기의 흐름은 '미옥'과 '앨리스'의 등장과 함께 무게를 달리한다. 어쩌면 미옥과 앨리스를 대하는 '경손'의 생각이 흐름의 차이를 만드는 듯하다. 1부 미옥, 2부 부산, 3부 카카듀 그리고 4부 앨리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경손이지만 각 챕터의 제목이 보여주듯 이 책의 주인공은 미옥인듯하다. 경손과 헤어져 상해로 가는 미옥과 포와(하와이)로 가는 미옥을 다시 만난 부산, 그리고 경성에서 재회 후 카페 카카듀를 연 앨리스, 다시 상해에서 만난 앨리스까지. 이야기 흐름의 중심에는 앨리스가 서있고 앨리스를 통해서 이야기 흐름을 멀리서 바라보는 경손이 보인다.


p.290. 나는 내가 배우인 줄 알았지만 나 또한 관객 중 하나였구나.


앨리스가 카카듀를 통해서 바라본 이야기는 '독립운동'이고 경손이 카카듀를 통해서 바라본 이야기는 '영화' 예술이었다. 그렇게 각자 이야기는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흐르고 훗날 서로의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런 만남과 헤어짐을 절묘하게 또는 애틋하게 꾸민 이야기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마치 사실인 양 보여준다. 실존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바탕이지만 당시의 감정은 허구일 것이다. 기록되지 않고, 표현하지 않은 감정까지 촘촘하게 그려낸 작가의 상상력이 역사소설이 가진 기록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듯하다.


이경손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배우 겸 영화감독으로 『아리랑』의 나운규와 친분이 있었고 그의 조카 앨리스, 미스'현'과 함께 '카카듀'를 운영한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경로로 태국에 정착하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경손은 그곳에서 일가를 이루고 나름 성공한 삶을 살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경손에게 앨리스는 어떤 의미였을까? 왜 이경손은 고국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역사소설이 주는 가장 큰 재미는 실존 인물들의 실제 삶을 찾아보고 이야기 속 삶과 비교해 볼 수 잇다는 것이다. 대학로 연극으로 만들어진 현 미옥, 앨리스의 삶은 정말 드라마틱 하다. 이경손의 삶이 독립운동이라는 폭풍 주변을 맴도는 유약한 지식인의 삶이었다면 현 앨리스의 삶은 폭풍의 중심에서 폭풍에서 벗어나려 힘차게 몸부림치는 강인한 삶이었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 만난 현 앨리스의 모습은 비정하기까지 하다. 유약하지만 자신의 꿈을, 예술을 지킨 이경손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역사소설인 만큼 뜻하지 않은 많은 이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또 누군가에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의구심을 안겨줄 멋진 책이다. 매력적인 소설의 중심에 선 앨리스를 만나보는 것도, 중심에 다가서지 못하는 평범한 예술가 이경손을 만나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역사가 만든 희생된 국민들의 삶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기록에 남지 않은 미옥과 경손들의 의미 있는 삶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안온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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