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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선 남자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평점 :
스웨덴의 작가 커플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발코니에 선 남자》를 만나보았다. 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 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본 작품을 만나보기 전 '서문'에 등장한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의 글도 무척이나 인상 깊다. 이 작품을 '예술이라고 믿어도 좋을 것이다'(p.13)라고 표현하고 있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로 많은 팬을 가진 인기 작가의 작품 소개가 이 작품이 주는 설렘을 더해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스톡홀름이라는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 - 요 네스뵈
우리와는 다른 색다른 환경이 담긴 첫 문장(새벽 2시 45분에 해가 떠올랐다. p.17)부터 이 소설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이 작자 그 새벽에 왜 베란다에 나와 서성이는지 제목이 준 첫인상 탓에 이 녀석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연쇄 강도 사건과 연쇄 살인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서 범인을 특정하기 더욱 쉽지 않을 듯하다. 범인이 한 녀석인지 아니면 두 녀석인지부터 모호하다. 그러니 마르틴 베크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하지만 '마르틴 베크 형사 시리즈'를 만나본 이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마르틴 베크는 천재적인 탐정 코난도 아니고 혼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스타일도 아니다. 이 소설이 경찰 소설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아마도 조직적으로 범죄 사건을 다루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르틴 베크의 동료 콜 베리와 멜란데르도 다시 등장하여 다시 한번 멋진 팀플레이를 보여준다.
p.283. "…일단 자네의 가설이 옳다고 가정하지. 자, 어떻게 진행하는 게 좋을까?"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처음 등장하는 인물 군발드 라르손이 흥미롭다. 왠지 모르게 마르틴 베크의 스트레스가 된다. 강력반 형사 라르손이 마르틴 베크에게 어떤 스트레스를 줄지 앞으로의 횡보가 궁금해진다.
두 발로 수사하던,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시절의 형사 이야기여서 더욱 흥미롭고 재미나다. 거기에 형사들 각자의 사생활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더욱더 풍부하게 하고 범인이 아닌 형사에 더욱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인간의 내면적인 삶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범죄라는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p.116. "녀석은 이번에도 아이의 팬티를 가져갔어."
그나저나 어린 소녀들을 죽이고, 성폭행하고, 팬티를 가져가는 연쇄 살인범의 정체는 누구일까? 노점상 할머니를 공격하고 하루 매출을 들고 간 연쇄 강도 사건의 용의자와 동일 인물일까?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반전을 접한듯하다. 정말 황당하기까지 한 반전. 이 반전이 이 소설을 더욱더 실감 나게 해주고 있다. 실제 경찰들의 하루를 보고 싶다면 마르틴 베크를 만나보기 바란다. 지루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하루인지 알게 될 것이다.
"엘릭시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