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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평점 :
스웨덴의 작가 커플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마르틴 베크'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을 만나보았다. 1965년 『로재나』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이어진 시리즈로 '북유럽 범죄소설의 선구자'라고 불리고 있다. 60여 년 전 북유럽 스웨덴의 사회상을 담고 있어서 색다른 즐거움을 주던 이야기는 이제 지금은 사라진 '철의 장막'을 넘어간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독재)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이념의 시대에 동유럽 헝가리가 배경이다.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는 베크가 '연기처럼' 사라질 듯 휴가를 떠나며 시작된다. 그런데 한 달간의 휴가를 떠나는 베커의 모습이 불안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족들과 함께 있어야 할 베커는 가족과 함께하던 휴가를 24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복귀한다. 그리고 유럽 대륙 최초로 지하철을 만든 도시 부다페스트로 향한다. 이 정도 되면 베크는 중증 워커홀릭인듯하다. 그렇게 종적이 묘연한 스웨덴 기자를 찾아 나선다.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은 전편과 동일하다. 발로 직접 부딪치며 얻어낸 정보들을 통해서 진실에 조금씩 접근한다.
발로 뛰는 탐문 수사, 팀플레이(콜베리, 멜란데르)가 중심이던 『로재나』에서 볼 수 없었던 '액션' 신이 등장한다. 하지만 멋진, 화려한 액션신은 아니다. 정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싸움이다. 베크가 원래 싸움과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마르틴 베크는 싸움은 젬병이었으나 반사 신경이 뛰어났다.(p.187)'어떻게 강력반 형사가 된 걸까? 아마도 끈질긴 승부욕과 뛰어난 팀플레이 때문인 듯하다. 범인을 잡을 때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엄청난 끈기와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는 팀플레이가 마르틴 베크를 뛰어난 형사로 평가받게 하고 있다.
단순 실종이나 가출 정도의 사건이었다면 사회성 짙은 작품들을 쓴 기자 출신의 작가들이 선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라진 기자의 삶에 접근할수록 진실은 정의와는 멀어질 것 같다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그런데 범죄는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주는 즐거움을 또 하나 찾았다. 과거와 현재의 범죄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라탕 같은 자극적인 즐거움보다는 오랜 시간 우려낸 곰탕 같은 깊은 즐거움을 주는 소설이다.
베크의 여정이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마치 베크와 함께 부다페스트 거리를 걷고 있는듯하다. 낯선 동유럽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소설이다. 거기에 비행기 기내에서도 흡연이 가능했던 시대로의 시간 여행이 또 다른 낯선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는 책이다. 시간이 될 때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만나게 될 것 같다. 곰탕의 깊은 맛이 가끔 그리운 것처럼 발로 범인을 찾는 형사 마르틴 베크가 가끔 그리워질 것 같다.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