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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ㅣ 아르테 미스터리 21
요시쓰키 세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평점 :
'지구인이 외계인과 만날 확률'을 계산하는 공식인 드레이크 방정식의 정의를 들려주며 시작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본다. 확률은 변수에 따라 답이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변수를 정하는 과정이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의 고등학생 주인공 구온과 아노리의 사랑이 커가는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하다. 첫눈에 반한다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이노리의 고백으로 시작된 구온의 사랑은 언제나 제자리이다. 한 걸음 다가갔다가 두 걸음 멀어지는 둘의 사랑은 연결될 수 있을까?
아름다운 별자리를 관측하는 동아리 우주부에 가입한 구온에게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매력적인 이노리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쯤 다시 운명처럼 슬픔과 아픔이 구온을 찾아온다. 열한 살 때 부모님을 졸라 나간 외식길에서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경험이 있어서 구온은 누군가와의 관계가 서툴다. 그렇게 사회와 등지고 살던 구온을 세상 속으로 끄집어낸 이노리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렇게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간다. 이노리가 사라진 까닭은 무엇일까?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인 까닭에 이별의 슬픔과 아픔은 더욱더 크다. 그런 이별의 슬픔과 아픔을 안고 이노리를 찾아 나선 구온의 변함없는 사랑이 너무나 안타깝다. 구온은 이노리가 사라진 까닭을 알게 된다. 엄청난 사건의 진상을 알았지만 구온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쉬운 길이 보이지만 사랑하는 이노리를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한 구온의 순수한 사랑을 응원해야 할까? 아들이 구온과 같은 선택을 한다면 어떨까?
양자역학 이론이 만들어낸 존재의 의미를 소설 속에 끌고 들어온 작가의 능력을 응원하게 된다. 사랑, 로맨스 소설이 감성적이라면 양자역학과 천문학 이야기는 이성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보기 좋게 묻어버리는 멋진 책이다. 어떻게 양자역학의 소립자에서 사랑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 문학적인 사랑 이야기가 천문학의 별자리 이야기를 지나 철학적인 심연의 메시지를 던지는 깊이 있는 책이다.
p.49. 분명 지나간 과거는 아무리 억울해도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은 과거를 놓아두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운명이라는 마법 같은 말을 꺼내 드는 것이다.
p.264. 보는 시각에 따라서 과거가 지금으로, 지금이 미래로 보이듯이 이 세상에 사라진 건 하나도 없다.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소설을 만난다면 이야기 속에 담아놓은 커다란 인생 이야기에 놀라게 될 것이다. 죽음이 던진 무거운 주제를 풀어보고 오해가 던진 안타까운 질문에 답을 터널 효과,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물리학을 통해서 찾아보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양자역학이 사랑을 만나 만들어내는 멋진 효과를 기대해도 좋다. 구온과 이노리 그리고 이노리와 노조미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건네는 가슴 먹먹한 아픔과 슬픔 속에서 아름다운 삶을 만나게 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arte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