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체조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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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를 동명의 한국 영화의 원작 소설로 접하고 독특한 캐릭터와 간결한 문장, 빠른 흐름에 매료되어 『양들의 테러리스트』, 『무코타 이발소』로 만남을 이어왔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라디오 체조》를 만나보았다. '공중그네 시리즈'의 17년 만의 귀환이라고 하니 2004년 나오키상 수상작 『공중그네』를 먼저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하루라도 빨리 17년 전의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보통의 정신과 의사들은 대부분 치료를 위해 말하기보다는 듣는 데, 내담자(來談者)의 사연을 들어주는 데 더 익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라디오 체조》에 등장하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어렵게 찾아온 환자들을 놀리는 듯한 치료 방법이 특별하기보다는 괴상하다. 나 라면 한번은 몰라도 다시는 안 찾을 것 같은 이라부 종합병원의 정신과. 그런데 이라부와 상담을 하고 난 내담자들은 다시 병원을 찾고 이라부를 만난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선생님, 제발 제 말 좀 들으시라고요."(p.73) 첫 번째 이야기 「해설자」에서 내담자가 절규하고 있다. 저 절규는 다섯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내담자들의 반응이다. 그런데 상식과는 담을 쌓은듯한 엉뚱한 언행과 평범과는 거리가 먼 당황스러운 치료 방법이 통한다. 내담자들의 장애를 치료하고 일반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사고 회로가 일반적이지 않은 정신과 의사가 각기 다른 사연으로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상처 입은 이들의 심리적인 슬픔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을 선물하고 있다. 치유의 시간.


이 책이 가진 수많은 매력들 중에서 세 가지를 뽑으라면 첫 번째는 역시 평범하지 않은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환자의 뺨을 거리낌 없이 후려치는 간호사 마유미이다. 주인공들의 독특한 개성이 이야기를 꽉 잡고 있어서 몰입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매력은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또는 방송 등을 통해서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정신 질환이 등장한다. 어쩌면 공감하며 읽는 동안 심연에 자리했던 아픔과 슬픔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 매력은 유쾌함이다.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괴로운 이들이 등장해서 자신이 가진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정말 유쾌하다. 처음에는 이라부만 유쾌하다가 치료가 끝날 때쯤에는 내담자들도 이라부의 유쾌함에 물든다. 남에게 화는커녕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던 사람이 많은 사람 앞에서 '라디오 체조'를 하고,(라디오 체조 2) 다른 사란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남자 대학생이 메이드 카페 코스튬을 하고 핼러윈 퍼레이드에 참여한다.(퍼레이드) 도대체 이라부는 어떤 능력을 가진 것일까?


이라부의 괴이함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아니 꼭 이어져야 한다. 괴상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만들어 주는 더 많은, 더 다양한 치료 방법을 만나보고 싶다. 괴상한 정신과 의사의 유쾌함이 어디까지 전달될 수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다음 작품이 나오기 전에 어서 빨리 『공중그네』를 만나봐야겠다.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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