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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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이건 나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것. 답이 언제나 그 순간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답은 없어도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


3년 전 서울을 떠나 하동군 평사리에 터를 잡은 작가 공지영이 3년 만에 발표한 에세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를 만나보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로 만났던 작가의 소식을 문화면이 아닌 다른 지면을 통해서 접하게 되면서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 그런 작가의 작품을 다시 접하게 된 건 이 책의 제목이 왠지 모르게 강하게 끌렸기 때문이다. 여전히 문장은 수려했고 이야기의 흐름도 좋았다. 역시 공지영 작가는 문화면이 어울리는 작가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이 예루살렘 순례인 까닭에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탓에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모두 흥미롭고 신선했다. 이런 말을 하면 종교인들에게 혼날게 뻔하지만 예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는듯했다. 요르단 암만을 시작으로 갈릴래아 호수 등을 지나 예루살렘으로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지난 이야기를 담백하게 들려준다. 거기에 작가가 접했던 많은 문학 작품들도 소개해 주고, 순례지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들도 보여주면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많은 멋진 사진들이 이 책이 가진 매력들의 덤으로 묻혀버린 까닭은 무엇인지 만나보길 바란다.


신앙인 공지영의 순례길을 따라나선 작가 공지영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듯한 책이다. 누군가 성지 순례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은 순례길 가이드로서 손색없는 역할을 해낼 것 같다. 또 누군가 삶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책은 자신의 심연의 소리를 끌어내줄 좋은 도구가 되어줄 것 같다. 예루살렘으로 향했던 길은 박경리문학관 근처의 작가의 집에서 끝을 맺는다.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 길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외로움'과 동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찾는 것이 행복이든 돈이든 명예든.



"해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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