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혼합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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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혼합니다》는 여성의 시선에서 여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장편소설이다. 마을 끝에서 끝까지 5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 권위적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58살의 스미코가 주인공이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이야기는 '이혼'을 하고 싶어 하는 중년(UN 중년 연령 66세~79세) 여성의 이야기이다. 시작부터 강렬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친구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는 상중 엽서를 받고 스미코는 '……부럽다.(8p.)'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솟아난다. 그렇게 스미코의 이혼 일기는 시작된다.


p.22 자신만 그토록 소중히 여길 거였으면 애초에 가정은 왜 꾸린 거야?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조금 아니 많은 부분에서 머리를 갸우뚱거리게 되었다. 스미코의 남편은 도대체 몇 세기를 살고 있는 건지 또 스미코와 모임을 갖는 여자 동창들의 생각은 또 왜 그런지 정말 화가 난다. 여기 등장하는 이들의 문제는 여자와 남자를 떠나서 '사람'을,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뢰한과 자존감이 바닥을 지나 지하 땅속에 파묻힌 이들 간의 문제 같다. 어떻게 주종 관계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작가가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주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선택한 전술인 듯하다.


p.11. 남편이 죽는다는 건, 아내에게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짓누르던 누름돌 같은 압박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해방되면 행복해질 수 있다.


발밑에 텔레비전 리모컨을 두고 2층에 스미코를 불러 손에 쥐어달라는 남편이 제정신은 아닌듯하다. 그런데 이 녀석 제정신 아닌가 맞다. 30년을 넘게 산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정말 하녀가 필요했던 걸까? 스미코도 파트타임이지만 일을 한다. 즉 수입이 있다. 하지만 이혼해서 혼자 생활하기에는 많이 모자라다. 모자란 부분은 이혼을 도와준 친구들과 독자들의 응원으로 채우면 될 것이다. 이혼해야 한다. 꼭.


p.275. 벌써 쉰여덟이지만, 아직 쉰여덟이다. 그렇게 꿋꿋이 스스로를 격려하며 살아가자.


스미코가 자신의 딸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장면은 정말 가슴 아팠다. 설마 우리나라에도 아직 남아있을까? 가부장적인 남편이. 권위적인, 가부장적인 남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들에게는 어머니나 누이가 없는지. 그래서 이 책은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읽었으면 좋을 것 같다. 여자들이 읽는다면 엄청난 공감으로 스미코의 지원군이 늘어나겠지만 혹시 몰라서 못하는 남자들이 읽는다면 깊이 반성하고 여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어줄 책이다.



"문예춘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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