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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나의 집
오노 후유미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9월
평점 :
《악령》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었고 《십이국기》시리즈로 제5회 요시카와에이지문고상을 수상한 작가 오노 후유미의 신작《녹색의 나의 집》 을 만나본다. 호러 소설답게 섬뜩한 장면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장면들을 그림으로 보여주듯이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공포감의 수위가 점점 높아진다. 처음에는 유령의 존재를 의심하며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진범을 찾아보려고 했다. 아마도 주인공 히로시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p.93. 그것은 공포였고, 불길한 예감이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쾌감이었고, 뿌리 깊은 혐오였고, 긴박한 불안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괴이한 사건들의 배후에 유령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만으로도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사실은 나만 그런듯하다. 아직 혈기왕성한 젊은 이 히로시는 끝까지 이름 모를 귀신에 흔들리지 않는다. 물론 조금 겁을 먹기는 하지만 유령의 섬뜩한 장난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방을 지킨다. 물론 그에게는 엄청난 힘을 주는 조력자가 있다. 처음 하이츠 그린 홈에 왔을 때부터 이 집에서 빨리 떠나라며 이 집에 존재하는 유령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동갑내기 이즈미.
이즈미의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음침한 구석이 있는 그래서 이 집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아이. 이즈미.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아이는 히로시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된다. 두 친구가 싸우게 될 존재는 사람이 아니다. 유령이다. 두 친구는 어떻게 유령을 퇴치할 수 있을까? 유령을 이긴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이런 의문들은 이 소설이 숨기고 있는 이야기와 반전을 접하고 나면 궁금하지도 않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알게 된 아버지의 외도. 그 상대가 엄마의 절친. 그리고 자신의 집에 함께 살게 된 새엄마. 그래서 히로시는 집을 나와 독립했다. 그래서 히로시는 돌아갈 곳이 없다. 그래서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 그렇게 유령과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숨바꼭질인가?
그런데 소설을 읽는 동안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에게 슬픔과 아픔, 고통을 준 것은 어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말에서 알게 된 경악할 만한 사실은 모든 악의 근원은 어른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왕따, 가정폭력, 외도 등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이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충분히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자존감을 잃은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어른들의 사랑이, 배려가 더 많이 필요한 세상인듯하다.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눈시울 붉혀보기는 처음이었다.
호러와 미스터리 거기에 사회 문제까지 잘 버무려 놓은 멋진 소설이다. 스릴과 흥미, 미안함의 눈물이 교차하는 의미 있는 작품을 만나보길 바란다.
"북플라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