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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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2022년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소설로 애거서 크리스티상 최초로 심사위원 전원에게 만점을 받은 아이사카 토마의 장편소설이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과 소련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평범한 전쟁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소설은 시작점부터 특별하다.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품었던 '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국가 중 소련만이 그 많은 여군을 전투병으로 동원하였는가?'라는 의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우수한 성과를 내었던 여성 저격병 이야기를 접했던 기억이 이 소설《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를 더욱 흥미롭게 만날 수 있게 하고 있다. 소련은 왜 소녀 저격병들을 양성했던 것일까?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가 던진 질문에 몰입해 답을 찾았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새로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소련은 왜 소녀 저격병들을 남성 병사들처럼 대우해 주지 않았을까?


전쟁에서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는 이들은 누구일까? 물론 절대적인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전쟁 중에 발생하는 수많은 성범죄의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라는 것을. 그리고 수많은 성범죄는 지금 우리 사회에도 만연하다는 것을. 그렇게 이 소설은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도 커다란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4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사이좋게 살고 있던 작은 마을에 소규모의 독일 병사들이 들어와 저지른 만행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라피마는 엄마와 함께 사냥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마을 사람들의 위험을 감지한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세라피마의 엄마는 죽음을 당한다. 하지만 세르피마는 저격병 양성 학교 교관장 이리나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이리나는 충격과 슬픔에 몸부림치는 세라피나에게 "싸우고 싶은가, 죽고 싶은가."(p.46)라는 무서울 정도로 매정한 질문을 던진다.


전쟁이라는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서 다양한 이유로 저격병으로 살고 있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류드밀라 파블리첸코라는 전설적인 저격병이 소녀들에게 가지라고 했던 두 가지가 인상 깊었다. 전쟁 후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샤를로타는 둘 중 하나는 가진듯하다 했다. 주인공 세라피마는 어떨까? 누군가는 전쟁 중에 죽고 또 누군가는 살아남아 전쟁보다 더 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소녀들의 삶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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