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쳐 있는》은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서의 '나'가 아니라 나 자신 자체로서 인정받고 살아가려고 하는 여성들의 힘겨운 여성운동을 많은 페미니스트 작가들의 글과 삶을 통해서 들려주고 있다. 미국 페미니즘의 역사는 물론 여성운동이 함께한 가치 있는 활동들도 보여주고 있어서 페미니즘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혁신 운동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페미니즘의 시작부터 다양한 모습으로의 변화 그리고 현재의 모습까지 여성운동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어서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무지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20세기 말 미국의 도덕적 타락에 기여한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를 가장 선명하게 다룬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와 가장 단호하게 다룬 소설가 토니 모리슨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가 들려준 애니타 힐 성희롱 사건을 보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도대체 누굴 위한 제도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1991년 애니타 힐 사건을 조사한 상원 법사 위원회 위원장이 현재 미국의 대통령 조 바이든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것도 의아하지만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 것도 의아하다. 정말 이 책에서 소개한 <타임>의 제목 "페미니즘은 죽었는가?"처럼 미국의 페미니즘은 죽은 것일까?
1950년대 페미니스트 작가들의 작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정말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보았고 모두가 다 좋았다. 작가들의 삶은 하나같이 드라마틱 했다. 특히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 삶을 산 앨리슨 벡델의 『펀 홈』과 『당신 엄마 맞아?』는 꼭 읽어보고 싶다. 페미니스트 작가 벡델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하자 생기는 정말 놀라운 일들을 담은 책이다. 『펀 홈』은 아버지와의 일을, 『당신 엄마 맞아?』는 엄마와의 일을 바탕으로 담은 것이라 한다.
p.437. "엄마는 엄마의 엄마에게서 주로 뭘 배웠어요?"
···(중략) ···
"아들이 딸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지."
이 책에서 소개한 작품들을 통해서 페미니즘을 제대로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작품 속에 녹아있는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았다. 그렇게 공감하고 그 공감이 페미니즘을 더욱더 공고하게 또 넓혀나가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북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