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모사 1867 - 대만의 운명을 뒤흔든 만남과 조약
첸야오창 지음, 차혜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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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모사 1867》은 대만의 역사소설가 첸야오창陳耀昌 구상하고 있는 '대만삼부곡'의 첫 번째 작품으로 2021년 대만에서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스카루SEQALU>의 원작이다. 기록된 역사에 작가의 상상을 더해서 흥미롭게 만들어낸 역사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기록된 역사'는 새로운 지식을 만나는 즐거움을 주고,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는 그 즐거움에 재미와 흥미라는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흥미로운 역사에 빠지고, 재미난 스토리에 빠져 역사 소설이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680여 페이지의 분량을 자랑하는 벽돌책을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정말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첫 번째 매력은 역사적 사실을 촘촘하게 톺아보고 알려준다는 것이다. '양안'으로 대변되는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제대로 오해하고 있었던 무지에서 건져준 책이다. 대만이라는 섬에 그렇게 많은 종족(낭교18부락연맹)이 존재했었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들의 생활방식도 놀라웠다.


두 번째 매력은 낯선 지명과 용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약간의 긴장은 흥미와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세 번째 매력은 역사(사실)에도 소설(허구)에도 치우치지 않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역사 속 인물(이양례)이 허구의 인물(접매)과 사랑에 빠지고 역사적 사건의 배경을 상상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16세기 대만을 발견한 포르투갈인들이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별칭으로 부른 '포르모사'는 그 후 근대화 과정에서 전혀 아름답지 못한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당시 대만 원주민들의 비극의 시작점을 찾아보는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한다. 허구와 역사를 구별하고 이야기를 접하고 싶다면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들려주고 있는 '에필로그'를 만나보길 바란다.


이 소설에서 눈에 밟히는 인물은 '문걸'이다. 그런데 더 가슴 먹먹하게 하는 것은 이 인물이 실존 인물이라는 것이다. 임문걸로 살다가 문걸이 되고 다시 반문걸이 된 사내.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으로 '사가라족'을 이끌었던 지도자. 하지만 현실과의 타협은 자신의 종족을 사라지게 했다.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또 다른 의미에서 눈에 걸리는 인물은 '이양례'이다. 프랑스인(샤를 르 장드르)이지만, 미국(찰스)을 택했고 또다시 중국인(이양례)으로 살다가 일본인(이선득)으로 조선에서 죽은 남자의 삶도 만만치 않게 불행하다. 어디에도 녹아들지 못한 '이방인'의 삶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오늘날 대만과 중국의 통합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까닭을 알려주고 있다. 대만에는 한족이 건너오기 이전에 그곳에 살던 많은 종족들이 있었다. 그 종족들이 서양인을 만났을 때 생긴, 생길 수 있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대만의 근대사를 제대로 맛보게 해주는 역사 소설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만들어낸 '나비효과'의 시작점을 1867년의 한 사건으로 잡고 있다. 그때 포르모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RHK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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