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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평점 :
2001년 『13계단』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고 2011년 『제노사이드』로 야마다 후타로상과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다카노 가즈아키가 2022년에 선보인 작품《건널목의 유령》을 만나보았다.
《건널목의 유령踏切の幽靈》은 제목이 무척이나 직설적이다. 이 소설의 주된 흐름에 처음부터 끝까지 '건널목의 유령'이 보이기 때문이다.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에서 자주 목격되는 유령으로 보이는 하얀 형상 때문에 운행하던 열차가 급정거하고 그곳에서 촬영된 사진에 유령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주인공 마쓰다가 다니는 잡지사에서 유령의 정체에 대한 기사를 다루려고 하고 그 업무를 마쓰다가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회부 베테랑 기자였던 마쓰다가 유령담을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제목만큼이나 직설적인 표지의 숫자(0,1,3)의 시간만 되면 전화벨이 울린다. 별 관심 없이 시작한 취재는 그 전화벨과 함께 마쓰다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에 자주 나타나는 '유령'의 정체를 밝히려는 월간지 기자 마쓰다와 함께 유령의 정체에 다가갈수록 사건은 유령을 넘어서 더 커다란 정체에 연결된다.
건널목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유령의 정체는 무엇일까? 얼마나 큰 억울함이, 분노가 그곳을 떠나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이 소설의 정체는 무엇일까? 원한을 품고 죽은 처녀 유령이 나오는 괴기소설인가 싶어질 때쯤 이 소설의 진짜 정체를 알려줄 실마리를 조금씩 만나게 된다. 그렇게 미스터리한 유령담의 흥미로운 호기심이 엄청난 분노로 바뀌고, 또 가볍게 읽기 시작한 가상의 공포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현실의 공포로 변해간다.
살아서는 유령처럼 존재감 없는 아픈 삶을 살고 죽어서는 진짜 유령이 되어 고향을 그리는 한 맺힌 여인의 삶이 공포보다 더 무서운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황금가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