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한다는 것
윤슬 지음 / 담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처 알지 못했음을 인식하고,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서서히

시선을 옮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해한다는 것』에 숨겨진 메시지이다.

- 「작가의 말」중에서


《이해한다는 것》'기록 디자이너' 윤슬 작가의 '짧은 소설'들을 모아둔 책이다. 반짝이는 작은 보석들을 담아둔 보석 상자처럼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실없이 미소 짓게 하는 재미난 글부터 깊은 상념에 빠져들게 하는 글까지 정말 다양한 글들이 이야기 뷔페를 완성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리 괜찮지 않았던 날의 서사'이다. 나이 들면서 사용 빈도수가 늘어나는 말들 중 하나가 '괜찮아'인듯하다. 부모님께, 아내에게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늘 괜찮은 모습으로 남아야 했다. 아마도 작가 윤슬이 들여다본 '괜찮지 않았던 날'도 그런 모습이었을듯하다.


그런데 이 책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다. 정말 짧은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마음을 건드린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어제를 떠올리게 하고 내일을 그려볼 수 있게 한다. 책은 '미안합니다','감사합니다',그리고'사랑합니다'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어느 부분을 먼저 읽어도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어떤 짧은 에피소드도 흥미와 재미를 벗어난 이야기는 없기 때문이다.


미안함도, 감사함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감정들의 바탕에는 상대방과의 '소통'이 존재한다. 작가는 짧은 이야기들 속에 소통의 기본인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다. 부모 자식 간의 소통, 남녀 간의 소통 그리고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


「이사 간 건 아니겠지?」에서는 54살인 남편이 갑자기 외모에 신경 쓰며 평생 입던 양복을 벗어던지고 청바지를 입게 되면서 생긴 웃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제 염색을 멈춰볼까 했는데 다시 염색을 해야 할 것 같다.Let it go에서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부모'를 만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천재인가?' 하는 착각 속에 아이는 계속해서 나는 Let it go(애니메이션 주제곡)만 좋다고 말하는데 엄마는 영어유치원을 등록한다. 어떻게 됐을까?


p.84. "나도…그랬어. 나도 울 곳이 필요했거든…."


남의 시선으로 본 내가 아니라 내가 본 나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주고 있다. 어떻게 이토록 짧은 이야기 속에 그렇게 깊은 생각과 넓은 마음을 담을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윤슬 작가의 아름다운 반짝임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도서출판 담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