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사랑이 '외도'라는 다른 열정으로 나타나버린 남편을 통해 아내 현서의 감정 변화를 그려낸 이우 작가의 「차라리 몰랐더라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바람'이라 표현되는 외도는 결혼이라는 계약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동이다. 그런데 그 외도를 결혼의, 삶의 활력소라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결혼의 의미와 삶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유광호의「첫사랑」은 소설의 제목처럼 아름답고 설렘 가득한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범했을법한 비밀스러운 찌질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젊음이 만들어낸 어설픈 감정 표현과 조절이 지극히 단조로운 이야기에 재미와 흥미를 더해준다. 읽으면서 공감했고 다 읽은 후에는 이것이 '첫사랑'이라고 첫사랑을 새롭게 정의하게 되었다.
주얼 작가의 「수면 아래에서」도 앞의 두 작품처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날 사랑은 변하지도 찌질하지도 않은 정말 순수함이 묻어나는 멋진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이 흘러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한 민호와 은정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화자인 수겸과 같은 사랑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지극히 평범한 사랑.
"다른 생각이 안 들도록?"
"응.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 날 힘들게 하는 생각들이 들지 않도록."
이수현의「미로」는 택배 업계에 종사하는 배달 직원들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이다. 우리 사회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직업에 대한 무시가 넘친다. 자격증을 요하지 않는 근로에 대해서는 정말 차갑기 그지없다. 경비 근로자에 대한 갑질은 비일비재(非一非再) 해서 이제 뉴스도 아닌듯하다. 그러니 이 소설이 식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 소설의 결말을 접하고 나면 바뀌어 있을 것이다.
추리, 판타지 등의 장르문학이 보여주는 자극적인 흥미는 접할 수 없지만 순수문학만이 가진 깊이 있는 울림이 감성을 극도로 자극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평범하고 잔잔한 너무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소중한 '감성'을 찾아내 이야기 속에 담은 작가들의 필력이 놀랍다. 가슴 깊은 곳에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법한 '비밀'을 끄집어내서 휘몰아치는 감성의 폭풍 속에 던져 넣는다.
"몽상가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