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서울 2023
이우 외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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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서울2023》은 소설가 이우가 2023년 설립한 소설가들의 동인(同人) 모임이다. 문학서울은 1919년 김동인, 주요한이 창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문학 동인지 『창조』에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나는 오늘날을 쇄신의 시대라 정의하고 싶다.(p.5)'고 말하며 '권위 타도'가 문학서울의 목표라고 서문을 통해서 당차게 말하고 있다. 문학서울의 실제 멤버수는 알 수 없지만 《문학서울2023》에서는 다섯 명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문예지 《문학서울》의 가장 큰 특징은 다섯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다섯 작가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다섯 작가들이 들려주는 다섯 가지 작품세계를 꼭 만나보기 바란다.



식어버린 사랑이 '외도'라는 다른 열정으로 나타나버린 남편을 통해 아내 현서의 감정 변화를 그려낸 이우 작가의 「차라리 몰랐더라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바람'이라 표현되는 외도는 결혼이라는 계약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동이다. 그런데 그 외도를 결혼의, 삶의 활력소라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개된다. 결혼의 의미와 삶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유광호「첫사랑」은 소설의 제목처럼 아름답고 설렘 가득한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범했을법한 비밀스러운 찌질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젊음이 만들어낸 어설픈 감정 표현과 조절이 지극히 단조로운 이야기에 재미와 흥미를 더해준다. 읽으면서 공감했고 다 읽은 후에는 이것이 '첫사랑'이라고 첫사랑을 새롭게 정의하게 되었다.


주얼 작가의 「수면 아래에서」도 앞의 두 작품처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날 사랑은 변하지도 찌질하지도 않은 정말 순수함이 묻어나는 멋진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세월이 흘러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한 민호와 은정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화자인 수겸과 같은 사랑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지극히 평범한 사랑.


"다른 생각이 안 들도록?"

"응. 시도 때도 없이 떠올라 날 힘들게 하는 생각들이 들지 않도록."


이수현「미로」는 택배 업계에 종사하는 배달 직원들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이다. 우리 사회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직업에 대한 무시가 넘친다. 자격증을 요하지 않는 근로에 대해서는 정말 차갑기 그지없다. 경비 근로자에 대한 갑질은 비일비재(非一非再) 해서 이제 뉴스도 아닌듯하다. 그러니 이 소설이 식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 소설의 결말을 접하고 나면 바뀌어 있을 것이다.


추리, 판타지 등의 장르문학이 보여주는 자극적인 흥미는 접할 수 없지만 순수문학만이 가진 깊이 있는 울림이 감성을 극도로 자극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평범하고 잔잔한 너무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소중한 '감성'을 찾아내 이야기 속에 담은 작가들의 필력이 놀랍다. 가슴 깊은 곳에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법한 '비밀'을 끄집어내서 휘몰아치는 감성의 폭풍 속에 던져 넣는다.


"몽상가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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