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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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시미즈 하루키의 연작 소설의 시작《작별의 건너편》가제본으로 만나본다. '작별의 건너편(さよならの向う側)'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사후(死後) 세계의 이야기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작별(作別)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의 안타까움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런데 '작별의 건너편'에는 그런 안타까움을 달래주는 특별한 코스가 있다. 꼭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이들과의 만남을 위해 '마지막 재회'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단 하루지만 누구나 선택하고 싶을 것 같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선택을 꺼리게 한다.


몇 가지 조건 중 나의 죽음을 아직 알지 못하는 이와의 재회만이 허용된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까다로운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만나보고 싶은 이들이 누구보다 먼저 나의 죽음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재회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까다로운 조건을 상쇄할 장치를 하나 만들어 놓는다. 달달한 믹스커피를 좋아하는 '안내인'이 '마지막 만남'을 슬쩍 도와준다. 그런데 이 안내인의 사연이 더 궁금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제본에는 정식 출간 본의 5개 이야기 중 3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제1화 히어로스, 제2화 방탕한 아들 그리고 제3화 제멋대로인 당신. 세 개의 이야기의 공통점은 '작별의 건너편'에 도착한 이들이 마지막 재회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재회보다는 그리운 이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 있는 하루라는 시간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그 선택에서, 짧은 만남에서 소중한 것을 찾게 된다. 세상 어느 것보다 소중한 것을 만나게 되는 행복한 시간이 마지막 재회에 기다리고 있다.


어린 아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 아야코, 아버지와의 마찰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야마와키 그리고 안내인이 캔 커피가 아닌 우유를 권하는 열아홉 살 고타로 까지 저마다의 사연으로 죽음을 맞았고 또 각자의 사연으로 마지막 재회 시간을 갖게 된다. 죽음이라는 영원한 이별은 누구나에게 찾아오는 공평한 순간이다. 하지만 작별의 순간을 준비할 수 있는 행운은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죽음의 순간 주어지는 '마지막 재회'보다는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


시간의 소중함을, 만남의 소중함을 깊이 새길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모모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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