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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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서 제목과 작가 정도만 알고 있는 책들이 정말 많다. 그중에 한 작품《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만나보았다. 1950년 무렵부터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상가로 인정받고 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명작이다. 총 7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작가가 1909년 말부터 1922년 죽기 전까지 집필했다고 한다. 엄청난 집념이 담긴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흥미로운 스토리를 담고 있는 소설이 아니라 깊이 있는 생각을 들려주는 철학 책으로 느껴진다.


이번에 만나본《한 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제목에서 말해주고 있듯이 전편의 방대한 분량을 발췌해서 국일미디어에서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전편을 읽어보지 못해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전편을 11권으로 완역했던 역자 김창석은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유지하면서 프루스트의 생각을 만나볼 수 있는 부분들을 발췌해서 담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전체적인 스토리보다는 문장 한 줄 한 줄이, 단어 하나하나가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역자의 말처럼 이 책을 접하고 나니 전편 완역본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물론 무모한 도전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멋진 작품은 평이한 문장 '오래전부터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왔다.'(p.9)로 시작한다. 하지만 다음부터 이어지는 호흡이 긴 문장의 늪에 빠져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벅차다. 속도감 있는 짧은 문장에 길들어져 있어서, 눈으로만 읽어도 충분한 가벼운 단어들에 익수해져있어서 좀처럼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듯하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화자인 '나'가 자신의 기억을, 삶을 보여주고 있는 평범한 이야기인데 그 기억을 들려주는 단어와 문장들의 깊이가 상상을 초월한다.


결국 프루스트의 마들렌 향을 조금 맡아보다가 국일미디어의 친절에 기대보았다. 권말에 수록한 '작품 해설'을 먼저 만나보고 다시 프루스트의 깊은 생각 속으로 들어가 본 것이다. 7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작품 해설은 프루스트라는 작가를 알고 그의 생각이 담긴 작품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그래도 작품을 이해했다고, 프루스트의 생각을 읽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책이 한 권 늘었다.


'나의 마르셀','나의 소중한 마르셀'(p.499)이라는 문구가 이 소설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스토리의 흐름보다는 스토리 속 '나'의 의식 흐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프루스트가 담고 싶었던 생각을, 사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책을 덮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은 일리에라는 실제 지명을 공브레라는 소설 속 지명으로 바꾸게 한 위대한 작품《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제대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책이라는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명작을 만나보고 싶은 이들도, 프루스트의 생각에 다시 한번 빠져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마들렌의 짙은 향을 선물해 줄 책이다.



"국일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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