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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 ‘건축가 심훈’의 꿈을 담은 집
임창복 지음 / 효형출판 / 2023년 3월
평점 :
p.132. 필경사筆耕舍는 서양식도 일본식도 아니며 그렇다고 재래식도 아닌, '이상적이고 새로운 신주택'이 당대 문화주택 사조를 만나 탄생한, 우리 사회의 꿈이 집약된 집이다.
정말 특별한 책을 만나보았다. 작가 심훈의 일대기를 정리해 놓은 책으로 접근하면 평범한 '평전'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필경사筆耕舍》에는 많은 특별한 것들이 함께하고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와 흥미 거기에 의미를 더해주고 있는 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책이다.
우선 제목부터 특이하다. 문학가 심훈을 이야기하는 책의 제목이 그가 살았던 초가집 이름이다. 물론 그곳에서 「상록수」를 집필했다고 하니 제목으로 쓸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제목만큼 특별한 것은 건축학 박사가 저자라는 것이다. 공학도가 말하는 문학가의 삶 또 그의 작품들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도 좋다. 치우침 없이 정말 객관적인 지극히 '이과생'다운 시선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 임창복이 작가 심훈이 살았던 택호를 책의 제목으로 선택한 까닭은 이 책이 문학가 심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관점을 필경사를 지은 '행동하는 지식인' 심훈에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심훈이 귀향해서 시골 바다가 보이는 집을 지었다. 요즘이라면 전원생활을 시작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 3·1독립 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심훈에게 전원생활은 무언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심훈의 귀향은 '농촌계몽운동'과 흐름을 같이한다. 그러니 행동하는 인물 심훈에게 농촌 생활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이었을 것이다. 그런 심훈의 삶을 그의 소설 작품들과 다수의 글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가진 특별함은 더욱 특별해진다. 각종 글들과 소설 속 내용들로 시대상을 유추해 보고 심훈의 집 짓기도 그려본다. 「상록수」를 집필했던 장소로서의 의미보다는 집 자체의 건축적 의미에 주목하고 '필경사'를 건축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특별한 이야기는 소설 「상록수」에 담긴 이야기와 초가집 '필경사'를 건축하던 실제 이야기를 견주며 추리처럼 흥미롭게 전개된다. 심훈의 생각을 추측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며 심훈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의 특별함은 '필경사'가 가진 건축적 의미와 시대적, 역사적 의미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시대를 견뎌야 했던 지식인의 고뇌를 담은 소설과 그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진 '필경사'를 통해서 심훈의 정신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효형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