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내 죽음이니까. 내 방식대로.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죽음 하면 떠오르는 불안감이나 깊은 어둠과는 거리가 먼 밝고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유도라는 여든 살이 넘은 고령의 할머니이다. 나름 건강한 삶을 이어오던 유도라는 나이가 더해지면서 거동이 불편해지고 있는 빠른 노화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죽음을 생각한다. 이렇게 점점 아파지는 몸을 안고 삶을 이어가기 싫다는 유도라의 생각은 어느 날 병원에서 만난 한 노인이 전해준 전단지로 인해 확고한 선택을 하게 된다. 안락사.

사람이란 선택을 하면 그 결과를 안고 살아야 하는 법이다. 유도라는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의 선택이 죽는 날까지 따라다닐 것이라는 사실을.

이야기는 어린 유도라가 전쟁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거와 여든이 넘은 나이에 홀로 살아가는 외롭고 지난한 현재의 삶을 오가며 전개된다. 현재의 유도라에게는 가족이 없다. 엄마 베아트리스와 동생 스텔라와의 삶은 아버지 앨버트가 전사하면서 모든 게 변하게 된다. 친절하고 상냥했던 베아트리스는 앨버트의 죽음과 함께 어둠 속을 헤매고 다닌다. 그사이 스텔라와 베아트리스의 관계는 너무나 악화되고 유도라의 삶은 자신의 선택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추억은 위안을 준다고 하지만 유도라에게 추억은 아픔이고 슬픔이다.


스위스에 있는 병원과 안락사 과정을 진행하던 유도라에게 아주 조그만 소녀 로즈가 다가온다. 옆집에 이사 온 열 살 소녀는 잠들어 있던 유도라의 삶을 흔들어 깨운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자신의 선택을 진행하던 유도라에게 계획에 없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로즈는 무척이나 밝고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아이다. 평온하게 죽음을 준비하던 유도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유도라를 다시 세상으로 끄집어 낸다. 하지만 임신한 로즈의 엄마 매기는 죽은 동생 스텔라를 떠오르게 하고 로즈의 가족은 불행했던 유도라 가족의 과거와 오버랩된다.

유도라는 로즈와 함께 다가온 또 다른 노인 친구 스탠리로 인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많은 이들과 어울리는 유도라를 보면서 이제 '안락사'라는 안타까운 선택은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유도라는 안락사 과정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과연 로즈의 밝은 웃음을, 맑은 눈을 보면서 죽음을 생각할 수 있을까? 유도라의 선택은 변하지 않을까?

"어찌나 남을 생각해 주시는지."

"칭찬 감사합니다."

'좋은 죽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말해도 죽음은 아름다울 수도 편안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물론 죽음은 누구나 한 번은 맞이할 가장 공평한 운명이라고는 하지만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시크한 80대 할머니와 유쾌한 열 살 소녀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귀 기울여보기 바란다. 아마도 죽음 너머 삶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한스미디어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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