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핸드 - 천재 형사의 뉴욕 마피아 소탕 실화
스테판 탈티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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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논픽션 작가 스테판 탈티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본다.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조직'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욱 흥미로운 것 같다. 그런데 《블랙 핸드》에서 다룬 주된 흐름은 조직범죄에 맞서 싸운 형사 페트로시노의 이야기이다. '검은 손'이라는 글자만으로도 꺼림칙함이 묻어나는 '블랙 핸드'는 20세기 초 뉴욕에서 발생한 암살, 갈취, 아동 납치, 폭탄 테러를 너무나 쉽게 저지르던 범죄 조직 '검은손 협회'이다. 그런데 검은손협회의 공동의 적이 바로 형사 페트로시노이다. 둘의 싸움의 결말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검은 손을 잡길 바란다.

그런데 두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보며 '마피아'를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검은손협회'의 실존 버전이 '마피아'가 아닐까? 1900년대 초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사건 사고가 줄지어 일어난다. 하지만 뉴욕 경찰은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인종차별. 정말 한결같다. 아직도 인종차별은 존재하니 정말 한결같다. 대상만 변할 뿐 미국이라는 나라에는 '인종차별'이 기본 옵션인듯하다. 선택할 필요 없이 미국에 태어나면 인종차별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는 듯하다.


아이를 납치하고 보상금을 요구하고 날짜를 어기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폭탄으로 집이나 가게를 날려버린다. 협박 편지는 기본이고 맛보기 폭발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런 곳에서 살수 있을까? 불안해서 출근할 수 있을까?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일랜드계와 독일계 이민자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이민 온 이탈리아인들이 자리 잡기는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자기 동족의 피를 빨아먹는 놈들이 등장한다.


경찰은 이탈리아 이민자들 사이에서 발생한 이탈리아 이민자들끼리의 문제로 보고 개입을 꺼린다. 대신 부유한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의 권리 보호에 열을 올린다. 그런 점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이탈리아 민족은 폭력이나 범죄를 좋아하는 민족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형사 페트로시노가 등장한다. 마피아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의 뉴욕이니 어쩌면 마피아 기원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마피아를 연구하고 조사하는 조직의 이름이 '블랙 핸드 포럼'이고, 이 책의 부제가'천재 형사의 뉴욕 마피아 소탕 실화'인 걸 보면 검은손협회가 마피아인듯하다.


마피아 하면 떠오르는 건 '알 카포네'이다. 짧은 기간 보스 자리에 있었지만 그의 잔인함이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형사 페트로시노가 많은 형사들 중에서도 유명세를 치른 까닭은 무엇일까? 같은 이탈리아계 형사이고 또 길거리 싸움에서 한 번도 밀린 적 없고 검은손협회 조직원들을 많이 검거한 이유일까? 물론 그런 이유들도 어느 정도 지분이 있겠지만 아마도 미국을 조국이라 여기고 범죄조직으로부터 뉴욕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그의 애국심과 이탈리아 민족의 계몽에 힘쓴 그의 민족애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켰는지도 모른다.


그런 감동스러운 장면도 많이 담겨있고 페트로시노 형사의 인간적인 면도 담겨있어 뉴욕의 실존 범죄 조직과 형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갱스터 무비를 보고 있는듯한 책이다. 물론 갱스터 무비가 전해주는 즐거움보다는 훨씬 깊이 있고 폭넓은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멋진 책이다. 아직 뉴욕에서 누군가의 보디가드 일을 하던 젊은 날의 스카페이스'알 카포네'를 만나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문학동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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