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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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학(natural history) : 넓은 의미로는 동물·식물·광물 등 자연물의 종류·성질·분포·생태(生態) 등을 연구하는 학문. 좁은 뜻으로는 동물학·식물학·광물학·지질학의 총칭이다.박물지(博物誌)·자연사(自然史)·자연지(自然誌)라고도 번역된다.


《감각의 박물학》이라는 제목이 낯설어 검색으로 읽기를 시작한 이 책은 2004년 첫 출간된 책이다. 거의 20년 전의 이론이 오늘에 적용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기 때문에 작가정신에서 멋진 표지와 함께 출판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이론과 개념들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고 있는 요즘 굳이 '왜?'라는 의구심을 품은 체 다이엔 애커먼을 만나보았다.


책에 조금씩 빠져들면서 품었던 의구심은 해결되었지만 새로운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20여 년 전의 작품이지만 감각이라는 '느낌'을 동·식물의 영역에서 과학, 문학, 철학 그리고 예술까지 정말 많은 분야에 담긴 느낌들을 너무나 잘 버무려서 정말 넓은 감각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책을 조금만 읽어도 '왜? 오래전 책을 다시 출판했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질 것이다.


후각, 청각, 시각 등의 감각을 다루는 책이라면 조금은 과학이 들어가고 그렇게 되면 조금은 무미건조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도 변연계 작동 등을 비롯한 과학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난 글과 문장은 마치 시詩처럼 읽힌다. 감각을 설명하고 있어서일까? 무척이나 감각적이고 아름답다. 저자 다이앤 애커먼 '자연의 언어를 문학의 언어로 번역하는'작가라는 찬사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책이다.


p.299. 혀에 감도는 맛은 저 험한 도덕의 땅을 건너게 해주고, 공포를 입맛에 맞는 것으로 만들며, 이성으로는 합리화할 수 없는 모순을 달콤한 유혹의 정글 속으로 녹아들게 한다.


감각이라는 평범한 주제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 저자의 필력은 '후각'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만날 수 있다. 책 속에 담긴 감각 이야기 순서는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그리고 공감각 순이다. 각 감각에 담긴 이야기는 대부분 비슷한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경험이 담겨있고, 문학 작품 속 느낌들도 많이 담겨있다. 거기에 철학적 사유가 더해지면서 이야기의 깊이는 깊어지고, 단어의 어원 등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서 이야기의 폭은 넓어진다.


인간이 가진 감각 중에 처음으로 선택한 것이 왜 후각일까? 시각을 제일 먼저 선택했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의 작은 감각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나가는 멋진 이야기를 만나면 많은 의문들은 쉽게 풀리게 될 것이다. 읽는 내내 이 책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굳이 과학인지 문학인지 구분하지 않고 접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신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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