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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300년 - 영감은 어디서 싹트고 도시에 어떻게 스며들었나
이상현 지음 / 효형출판 / 2023년 2월
평점 :
《건축, 300년》을 통해서 명지대학교 이상현 교수가 들려주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건축 이야기를 만나본다. 인간에게 안전한 쉼터를 제공해주던 건축물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 '부의 집중, 건축을 뒤흔들다.'에서 들려주듯 건축의 흐름을 부富의 흐름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는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화려한 장식은 어떤 부자들이 좋아했을까? 부의 흐름 속에서 장식의 흐름을 짚어보고 그것을 통해서 건축 양식의 흐름도 볼 수 있어서 좋다.
1700년대 런던의 중심가에 등장한 '낯선 건물'에 대한 이야기로 책의 본문은 시작된다. 존 손이라는 건축가가 설계한 '영란 은행'의 증축 부분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장식은 찾아볼 수 없고 벽면이 단조로워보이는 지금으로서는 전혀 획기적이지 않은 건물을 설계한 존 손을 저자는 '소극적 혁명주의' 건축가라 소개한다. 모더니즘을 시작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쳐 해체주의로 마무리되는 《건축, 300년》의 건축 여행은 역사와 철학 그리고 다양한 인문학적 이야기들이 함께 하고 있어서 순식간에 에필로그를 만나게 되는 매력적인 책이다.
오스트리아 황제가 '혐오'해 건물 외관의 변경을 지시했고 완공후에는 '빈의 맨홀'이라는 혹평을 들은 '로스 하우스'는 어떤 모습일까? 아돌프 로스는 왜 장식이 죄악이라고 했을까?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세력으로 둥장한 '부르주아'들에게는 자신들만의 미적 가치와 가치관이 필요했다. 그런 사회적 배경이 건축 양식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그 영향을 많은 사진 자료들과 함께 다양한 건축 양식과 특별한 건축가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유명한 다수의 건축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지만 특히 해체주의 작품들이 좋았다. 프랭크 게리보다는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 더 좋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건축사에 의미 있는 건축가들을 소개하는 섹션을 따로 보여주고 있어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철학가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과 칼 포퍼의 일화를 흥미롭게 만날 수 있는 건축책이 있을까? 가끔 예술과 연결한 건축책은 만나본 적이 있지만 철학과 연결한 건축책은 처음인듯하다. 전문적은 건축사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은 2%로 부족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건축사를 만나보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열어보길 바란다.
유엔 본부를 설계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만큼 유엔본부 건물은 무미건조한 건축물이다. 하지만 설계한 사람을 알게되고 왜?라는 의문이 생겼다. 다양한 분야에 많은 생각을 끄집어내는 생각하는 책이다.
"효형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