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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마이클 슈어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평점 :
누구나 맞닥뜨리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 그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선택의 순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런데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일까? 개개인의 삶이 다르듯이 최고의 선택도, 그 선택의 기준도 모두 다를 것이다. 에미상을 2번이나 받은 마이클 슈어는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에서 우리들 삶에서 만나게 되는 선택의 순간에 다른 이를 돕겠다는 '윤리'를 기준으로 '철학'에서 최선의 선택 방법을 찾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철학을 너무나 재미나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 저자의 직업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게 되는 책이다.
'윤리 철학 드라마'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굿 플레이스〉를 제작한 프로듀서 마이클 슈어가 드라마 감수를 맡은 철학자 토드 메이와 인연을 이어가며 도덕 철학에 빠져서 만들어낸 '유쾌한 철학책'이다. 드라마에 담았던 '일상 속 도덕 딜레마'를 영상에서 지면으로 옮겨놓은 듯 실감 나는 묘사가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책의 시작을 알리는 1장의 질문이 '아무 이유 없이 친구의 얼굴을 후려쳐도 될까'이다. 이게 윤리적으로, 철학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꺼리가 될까?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1부 아주 오래된 철학의 고민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를 시작으로 칸트와 공리주의 그리고 계약론을 '트롤리 딜레마'와 같은 난해한 실험들을 통해서 비교 설명한다. 흥미로운 상황을 바탕으로 철학 사상을 비교해 주며 '좋은 사람'이 되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너무나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다소 무겁고 딱딱할 수 있는 주제인 철학과 윤리를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카트를 쓰고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할까?'라는 일상 속 철학적 사유를 끝으로 이야기는 2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로 이어진다. 저자는 계속해서 도덕적인, 윤리적인 삶을 연습하고 시도하기를 권한다. 또 실패할 것을 알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조금씩 선善에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우리에게는 '서로에 대한 의무'가 있기에 노력하고 연습해야 한다.
3부 슈퍼 인간 되기에서 철학이나 심리학 책을 접하면서 품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당장 굶어죽게 생긴 상황에서 윤리며 철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데 보편적인 윤리적 잣대를 모두에게 똑같이 들이대는 것이 정말 올바른 것일까?
철학은 모든 학문의 시작이라고들 한다. 끝없는 질문을 통해서 논리적인 방법으로 답을 찾아가는 학문인 까닭일 것이다. 그런데 3부 12장 행운의 신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행운의 신'을 소환한다. 우리들 삶은 '행운'으로 시작한다. 왜 그런지는 친절하고 위트 있는 저자의 글에서 알아보기 바란다.
유머와 위트가 넘쳐나는 매력적인 철학책의 마지막은 '사과의 기술'이 맡고 있다.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의 의미를 한 번 더 느낄 수 있다. 올바른 사과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면서 디테일하게 들려주고 있어서 이 부분만으로도 충분한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다시 시도하라.그리고 다시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
사뮈엘 베케트.
아프리카 남부의 '우분투ubuntu' 개념을 만날 때 낯설지 않은 까닭을, 칸트에게 시비 거는 저자의 용기를, '윤리적 피로감'이라는 용어를 철학 용어로 유행시키고 싶어 하는 유쾌한 저자를 만나보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