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의 망상 - 욕망과 광기의 역사에 숨겨진 인간 본능의 실체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노윤기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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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0. 오랜 격언이 이르듯이, 수백 명이 공유하는 광기는 '광신 cult'이라고 하고, 수백만 명이 공유하는 광기는 '종교 religion'라고 한다.


19세기 영국의 언론인 찰스 맥케이는 『대중의 미망과 광기』를 통해서 십자군 운동, 종말론 그리고 튤립 광풍 등의 비이성적인 대중의 열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집단 광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맥케이의 책 『대중의 미망과 광기』를 바탕으로 윌리엄 번스타인은 《군중의 망상》을 통해서 '개인'이 모여 '군중'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역사에 담긴 집단 광기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집단 광기 하면 떠오르는 종말론과 신기술과 맹신이 만들어낸 투자 광풍이 두꺼운 이 벽돌책의 두 갈래의 큰 흐름이다. 경제와 종교라는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두 흐름의 기초는 개인이 아닌 군중, 집단이 되면 빠지기 쉬운 '광기','맹신'에 대한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소주제를 통해 사회적 현상과 그 바탕을 이루는 심리학 이론을 보여준다. 7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군중심리의 특징과 영향 등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들려주고 있어서 재미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멋진 벽돌책이다.


인간은 시스템 2보다는 시스템 1을 선호한다고 한다. 통계적, 분석적 사고보다는 휴리스틱을 택해서 직관적으로 빠르게 판단하고자 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또 인간은 합리성 rationality보다는 합리화 rationalization에 더욱 치중해왔다는 사실을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실험과 많은 통계 자료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전혀 합리적이지 못한 인간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나 의견을 합리화하는 데만 노력해오다 결국은 집단 광기에 쉽게 빠지게 된 것이다. 


과학적인 사실보다는 서사 즉 스토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들은 신화를 만들어냈고 또 성경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군중의 상상력은 조금씩 더 커져갔고 종말론과 투자 광풍으로 이어진다. 서사적 허구가 역사적 사실과 결합될 때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는데 한층 더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인간은 평범한 이야기보다는 비극적 서사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 종말론 서사에 더 쉽게 빠져들게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평범한 드라마보다는 소위 막장 드라마가 더 인기를 끄는 까닭일 것이다.


정말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넘치는 책이다. 소중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아서 읽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가독성은 갑인데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이야기의 여운이 너무나 짙게 남는 까닭인 것 같다.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한참을 그 속에 머물게 하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벽돌책이지만 읽는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지루하지 않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춘 멋진 책이다. 인간의 심리와 인류가 걸어온 역사를 종교와 경제를 바탕으로 만날 수 있는 수작秀作이다.



"포레스트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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