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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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은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담아낸 장편소설이다.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보여주고 또 죽음을 받아들이는 많은 자세도 보여주고 있다. 젊은 나이에 아내와 딸을 두고 익사한 나카오, 죽음을 앞두고 '리얼 아바타'를 통해서 고향을 다녀오는 와카마쓰, 그리고 VF(virtual figure) 가상인간과 문학에 대한 교감을 나누며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요시카와 교수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죽음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생생하고 디테일한 풍부한 묘사가 소설이 아니라 아름다운 영상을 보는 듯하다.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인공 사쿠야의 관심은 '자유사'에 쏠려있다. 70대의 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자유사'를 원한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사쿠야와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와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죽는다면 그 상실감은 어떤 반응을 만들어내게 될까? 사쿠야의 손을 잡고 자연사하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이 어머니의 본심이었을까? 아직 건강한 어머니가 도대체 왜 자유사를 생각하게 되었을까?


사쿠야는 어머니의 '본심'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어머니의 지인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서 자신이 몰랐던 어머니의 과거를 조금씩 알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사쿠야는 어머니의 본심을 알아낼 수 있을까? 그런데 누군가의 본심을 자신이 아닌 타인이 알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사쿠야는 리얼 아바타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지시를 따라서 움직이는 게임 속 아바타 같은 것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일본에는 등장할 모양이다. 그런 사쿠야가 어떤 사건에 휘말리고 그 사건은 사쿠야의 본심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VF(가상인간)어머니로 채운 사쿠야는 미래의 기술을 이용해서 어머니의 죽음이 불러온 상실감과 그리움을 줄인다. 하지만 어머니가 왜 자유사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한 사쿠야의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흐름이다. 사쿠야의 시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과거와 미래를 그린다. 그리고 현재를 따라간다. 마치 사쿠야의 직업(리얼 아바타)를 통해서 소설의 가상 공간을 여행하는듯하다. 소설 속 사쿠야는 시공간을 벗어나 우주를 유영하기도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주제(죽음)를 다루고 있지만 가상공간과 가상인간이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래 이야기가 넘친다. 그런데 이야기를 전개하는 단어들이 왠지 모르게 낯설다. 정밀靜謐, 틈입闖入, 해원海原, 면영面影, 상모相貌, 훤소喧騷 등의 생소한 단어들이 미래와 과거를 또 과거와 미래를 이어준다. 그렇게 주인공의 의문이 이제 자신의 출생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아버지는 누구일까? 그런데 그런 의문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가족'의 의미를, '식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전혀 가볍지 않은 주제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들려주고 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흥미와 재미에 가속을 붙여 가독성을 극대화해준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만든 의문이 사쿠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만나보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스토리는 너무나 풍부하고 문장은 아름다운, 강렬한 유화가 아니라 편안한 수채화 같은 소설이다.



"현대문학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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