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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숨 ㅣ 특서 청소년문학 31
오미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월
평점 :
나라 엇이난 설룹곡, 여자로 태어낭 설룹곡, 까막눈이난 설룹다.
궤 속 가찌 왁왁하난 잘도 설룹다.
나라 없으니까 서럽고, 여자로 태어나 서럽고, 까막눈이라 서럽다.
동굴 속같이 캄캄하니까 매우 서럽다.
일본 제국주의의 총칼이 우리의 목을 겨누고 있던 시대에 제주도 하도리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2012년 『사춘기 가족』으로 '올해의 아동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오미경 작가는 《푸른 숨》을 통해서 어두운 그림자가 사로잡고 있던 푸른 섬 제주도의 해녀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푸른 밤 빛나는 별처럼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과거가 있었고 그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어두운 시대의 어린 해녀들이 바다와 함께 성장하며 마주하게 되는 슬픔과 아픔을 만나본다.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많은 것들 중 하나인 '해녀海女'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서 처음부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정말 스토리가 풍부해서 몇 개의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영등, 연화 그리고 춘자의 우정, 성장 이야기, 어린 해녀들의 까막눈을, 정신을 깨워준 야학 이야기,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으려 했던 해녀들의 저항 이야기,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소설을 끝까지 의미와 흥미에 빠져들게 한다.
할머니와 함께 살던 영등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육지에 나간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장家長 역할을 하게 된다. 어린 세 동생을 돌보며 해녀의 삶을 시작한 열세 살 어린 영등이 주인공인 장편소설이다. 영등의 삶은 동생들을 지켜내기 위한 삶이었다. 자신이 아닌 동생들을 위한 삶. 그런 삶은 어떻게 어디까지 이어질까? 바다에 막힌 섬 생활을 자신의 꿈이라 여기며 살아가던 영등은 공부의 중요함을 깨닫고 야학에 다니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영등의 삶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산호가지 맹세를 했던 친구들(연화, 춘자)의 삶은 바깥물질과 결혼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바깥물질은 제주도가 아닌 한반도, 일본, 중국 등 외국의 바다에서 행하던 물질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런데 너무나 가혹한 작업 환경과 임금 착취가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속에 불을 지핀다. 먹먹함과 분노가 뒤섞여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기 두려웠다. 어린 해녀 영등은 많은 시련을 겪는다. 그리고 또 이겨낸다. 무거운 삶의 무게를 버티며 앞으로 나아가는 어린 해녀들의 삶이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