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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평점 :
incendiary : 1. 방화의 2. 자극적인, 선동적인
《인센디어리스incendiaries》는 incendiary의 복수형이다. 인센디어리스라는 제목은 이 책에 담긴 이야기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방화도, 자극적인 선동도 등장한다. 『애프터 양』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 연출로 드라마화하기로 결정할 만큼 커다란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3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권오경이다. 권오경 작가는 2018년 발표한 이 작품으로 「뉴욕타임스」에서 '주목받는 작가 4인'으로 선정되었다.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과 유쾌한 밤을 즐기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둘의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갈등이 되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전개를 맡은 이들 세 사람이 보여주는 사랑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는 결말에 다가설수록 그 깊이를 더하고 있다. 신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남녀 간의 지극히 평범한 사랑 이야기도 들려준다.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세 화자話者들의 만남은 그 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신학대학을 다닐 만큼 신에 귀의했던 윌은 이제는 신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는 다시 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여자 친구가 있다. 피비는 밤마다 파티를 찾아다니는 자유로운 대학생이다. 연인들의 너무나 평범한 삶은 극단적인 종교 제자 모임을 주도하는 존 릴의 등장으로 조금씩 무너져간다. 중국에서 탈북민들을 돕다가 북한의 수용소에서 극한의 경험을 한 존 릴은 귀국 후 신에 귀의한다.
생활이 무너지면서 사랑은 무너져 의심을 낳고, 믿음은 사라지고 불신이 남는다. 극단적인 것들은 무엇이 되었든 우리에게 선한 영향보다는 악영향을 끼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도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는 이들과 그것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극단적인 믿음과 신앙은 인간의 이성과 지성을 마비시킨다. 그렇게 이야기는 절정을 향하고 잘못된 맹신은 불행을 부른다. 세 사람의 화자가 들려주는 각자의 흥미로운 삶과 깊이 있는 생각을 만나보기 바란다.
"문화과지성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