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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죄
윤재성 지음 / 새움 / 2023년 1월
평점 :
검사 출신 대통령이 생긴 덕분일까? 검찰 이야기가 드라마, 영화에 소설까지 정말 많이도 등장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토리는 정경유착, 부정부패 그리고 복수로 이어진다. 하지만 윤재성 작가는 장편소설《검사의 죄》를 통해서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처벌받지 않은 범죄자 권순조 검사의 이야기도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나지만 검찰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검찰 조직의 태도, 조직 내에서의 여성 검사의 위치, 상명하복의 줄 서기까지 정말 검사들 그들만의 '가족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제목《검사의 죄》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으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죄있는 검사가 누군가에게 법조문을 적용한다는 게, 형벌을 가한다는 게 가당한 일일까? 소설은 시작부터 강하게 출발한다. 그리고 그 강한 임팩트는 결말까지 숨차게 이어진다. 정말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살인과 은폐, 납치라는 극적인 요소들을 하나 둘 지나면서 엄청난 스토리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 저지른 엄청난 죄 때문에 죽은 이들의 영혼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권순조는 검찰에서 이름난 '칼'로 인정받는 검사다. 그런데 어느 날 검찰 조직에서 사고뭉치,꼴통으로 취급받던 선배 검사 김한주가 자신의 눈앞에서 피 흘리며 죽는다. 그렇게 피해자도 검사, 신고자도 검사인 묘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검찰 조직은 시끄러워진다. 그리고 그 소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안 권순조는 김한주의 행적을 조사한다. 그러던 중 두 번째 피해자가 나온다. 순조 자신을 찾아왔던 수사관 송경백.
정경유착과 부정부패가 만든 부조리가 어느 순간 당연하게 돼버린 이상한 사회에 살고 있기에 이 소설을 공감하며 읽었다. 그것도 단번에. 순삭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이야기의 빠른 전개가 매력인 멋진 소설이다. 검사하면 떠오르는 부잣집 사위인 부장검사도 등장하고, 검찰 주변을 돌아다니는 하이에나 브로커 변호사도 등장한다. 상명하복의 조직에서 늘 있는 예스맨 검사도 보인다. 각각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더욱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해주고 있다.
'검사의 죄'는 무엇일까? 조직을 배신한 검사를, 가족을 배신한 구성원으로 내모는 이상한 조직에서 검사들의 내부고발이 가능할까? 내부고발자의 끝은 어떨까? 정의가 가족과 얽히면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버리는 조직 윤리가 맞는 것일까? 권순조는 개인적인 죄를 가진 검사다. 하지만 검찰과 연결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려 한다. 가능할까? 속 시원한 사이다는 있다. 다소 과격하고 충격적이지만.
숨 가쁘게 전개되는 스토리는 결국 '인간의 죄'라는 곳에 머무르게 된다. 검사도 결국 인간이니 검사의 죄가 인간의 죄로 이어지는 것인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 등장한 검사와 변호사들이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죄 같기도 하고 죄가 아닌 듯도 한 모호한 경계를 오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권순조 검사보다는 차미도 검사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호스트바 선수와 동거하는 여성 검사 차미도의 멋진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새움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