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황소연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작가 에드거 앨런 포하면 추리 소설이 먼저 떠오른다. 셜록 홈스 탄생에 영감을 준 뒤팽을 만들어냈고 추리 소설의 창시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일본의 추리소설 거장 히라이 타로가 필명으로 에드가 앨런 포의 일본식 발음인 에드가와 란포를 쓴 까닭일 것이다.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이름도 에드가와 코난이다. 그래서 출판사 윌북의 호러 컬렉션 3권 중 한 권인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을 추리 소설일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편안하고 쉽게 열었다. 그러고는 호러 컬렉션에 담긴 소설이니 당연히 추리 소설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또 인간의 심리를 깊이 들여다본 단편 작품들의 연속이라는 점에 다시 한번 당황했다. 읽는 재미보다는 생각하는 재미를 준 단편 작품집이다.


p.284. 더 이상 무얼 말해야 할까? 오늘 나는 이 사슬을 차고 여기있다! 내일이면 이 족쇄가 풀릴 테지만!……거긴 어디일까?


단편 소설은 인생의 긴 여정에서 어떤 한순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야기는 짧지만 담고 있는 사유의 깊이는 상당히 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장편소설보다는 난해하고 어렵다. 작가의 응축된 메시지를 찾아보지만 쉽사리 찾아지지도 않고 찾는다 해도 정답에 다가갔을 리 만무하다. 


살아서 작가보다는 편집자나 비평가로만 조금 알려졌던 포는 사후死後 프랑스 시인 보를레르가 포의 전집을 프랑스어로 번역해서 출간하면서 재조명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만나본 단편들의 전체적인 느낌은 어둡고 무거웠다. 벽과 마룻바닥 속에 시체를 감추고 가슴을 향해 조금씩 내려와 목숨을 위협하는 추를 만날 때는 어둡고 무서운 스릴러를 읽는듯하다. 하지만 긴장과 공포가 극에 달한 주인공들의 심리를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어서 스릴보다는 인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정말 단편 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작품집이다.


「검은 고양이」,「어셔가의 몰락」등의 유명한 작품들을 포함해서 25편의 작품들을 담고 있는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에는 죽음과 이어지는 공포와 광기 같은 인간의 극한 심리를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왜 이 단편들이 호러 컬렉션에 담겼는지는 만나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얼핏 보면 실성한 것 같은,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듯한 몽환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등장한다. 


25편 중 가장 좋았던 작품은, 쉽고 재미나게 읽었던 작품은 「절룩 개구리」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무리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가 짧은 시간이지만 읽는 내내 끓어오르던 분노의 불길을 단번에 진화해 준다. 25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치 꿈을 꾸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볍고 유쾌한 꿈이 아니라 삶을, 죽음을 생각하며 수없이 뒤척이는, 상상과 실제를 오가는, 오늘과 내일을 분간할 수 없는 희한한 꿈.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죽음이 떠오른다. 그런데 죽음은 공포와 유령, 혼을 동반한다. 죽음은 삶과 통한다. 그래서 죽음을 통해서 삶을 깊이 있게 생각한 작가의 사유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집이 더욱더 특별한 이유는 25편의 이야기들이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을 이야기한 작품들, 사랑을 이야기한 작품들 또 환상적인 분위기로 몽환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 등으로 나눌 수는 있겠지만 그럴 필요는 딱히 없을 것 같다. 어느 작품을 펼쳐 읽더라도 에드거 앨런 포의 깊이 있는 생각을 만날 수 있고, 과격하고 원초적인 인간이 만든 죄의식이 불러낸 공포와 두려움을 접할 수 있는 단편선이다. 도플 갱어「윌리엄 윌슨」 만나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윌북으로부터 도서를 재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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