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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진실 ㅣ 특서 청소년문학 29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0월
평점 :
'가만히 있어도 시선이 머무르는 아이(p.16)' 제갈윤의 자살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특서 청소년 문학 29번째 작품 《너만 모르는 진실》은 시작부터 무겁다. 고등학생 소녀 윤의 자살 원인을 찾아가는 소설인 줄 알았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단순한 원인 찾기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왜 침묵하고 있는지 또 왜 윤의 편지를 공개했는지 흥미로운 심리 미스터리를 접하고 있는 듯하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자존감을 잃고 자살을 선택한 윤과는 다른 선택을 하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겼다.
3월의 마지막 날 세상을 등진 윤에게서 편지가 온다. 정확하게는 11월 1일 학교 오픈 채팅방에 제갈윤의 이름으로 게시물이 올라온 것이다. 4명의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죽은 지 7개월이 넘은 소녀의 이름으로 학교 채팅방에 접속한 이는 누구일까? 그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11월 16일까지 윤의 자살 원인을 밝히고, 정확한 진상을 조사해서 학교 게시판에 게시하라고 협박을 하는 이를 찾기 위해 윤의 담임 선생님이자 윤의 자살 원인으로 지목된 동아리'엔지 시네마'의 담당 선생님인 현진이 네 명의 아이들과 상담을 진행한다. 엔지 시네마의 부원인 성규, 우진, 소영 그리고 동호의 눈을 통해서 제갈윤의 모습을 그려보며 윤이 자살한 까닭을 밝히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날의 진실을 밝히고 싶어 하는 이들보다는 소녀의 죽음을 조용히 덮고 넘어가려는 이들이 더 많다. 그런데 그 사실이 놀랍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보이는 모습은 마치 어른들의 세상을 흉내 내고 있는듯하다."데뷔하고 싶으면 다시는 대들지 마."(p.54)라는 성규의 말은 방송국 피디인 부모를 들먹이는 것이다. 뒷배를 들먹이는 어른들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왜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못을 흉내 내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잘못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많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만들어낸 교육 효과일 것이다.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그들의 위선을 다시 한번 접하게 된듯하다.
윤을 자살이라는 최악의 선택으로 내몬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을 하나둘 밝히는 과정에서 엔지 시네마 부원들의 '잘못'도 하나 둘 드러나게 된다. 진실은 윤의 엄마의 허망한 죽음까지 이어진다. 술 취한 건달과 말다툼을 하다 도로 경계석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다. 그런데 말다툼의 원인을 제공한 자동차 경적은 윤의 엄마가 누른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경적을 누른 이는 누구일까? 누구이길래 침묵하는 것일까? 그런데 왜 경적을 누르는 모습을 목격한 이도 침묵하는 것일까?
진실은 누구에게나 불편한 것이다. 그런 진실을 대하는 모습에서 존중받아야 하는 이들과 멀리해야 하는 이들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알게 되면 불편한 진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특히 친구 사이라면 더욱더 진실을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용기가 역효과를 낸다면 어떨까?
11월 1일은 윤의 엄마가 사고당한 날이고 11월 16일은 윤의 생일이다. 네 명의 친구들에게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를 촉구하던 편지는 책을 덮는 순간 우리들 마음속으로 배달된다. 남에게 전하는 '배려'가, 한 마디의 말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