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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평점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의 표지는 따스한 일상을 그린 듯하지만 소설을 읽은 후 다시 펼친 표지의 그림은 따뜻한 일상이라기보다는 특수한 일을 처리하는 순간을 그려놓은 것 같다. 매일 검은 양복을 입고 '데드 모닝'에 출근하는 사장 사사가와의 모습도 보이고, 트럭으로 특수한 폐기물을 옮기는 가에데도 보인다. 그리고 '해파리'같이 부유하는 삶을 꿈꾸는 주인공 아사이도 보인다. 2층에서 손을 흔드는 인물은 데드 모닝 사무실을 지키는 모치즈키일 것이다. 그리고 책 뒤표지에도 주요 등장인물이 보인다. 화병花甁이라는 가게 주인 에츠코이다.
p.120. "누군가가 아끼는 걸 나도 똑같이 소중하게 다루는 건, 의외로 어려운 일이야."
《흔적을 지워드립니다》는 갑작스러운 사건, 사고 등에 의한 죽음이나 고독사 등에 따른 시체의 흔적을 청소하는 특수청소 전문 회사 데드 모닝의 주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라는 의미에서 슬프고 아픈 것이다. 그런 아픔과 슬픔으로 가득한 죽음의 흔적을 지우는 일이 '데드 모닝'의 일이다. 때로는 끔찍한 흔적을, 때로는 사랑이 가득한 추억을 만날 수도 있는 일이다. 죽음을 대하는 다양한 이들의 많은 생각들을 만날 수 있어 무척 흥미롭다. 누군가는 잊고 싶은 흔적이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은 따스함을 전해준다.
p.153. "사사가와 군은 말이야, 다른 사람에 대한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야. 더 쉽게 말하면, 그 상상력은 따뜻함이나 배려라고 할 수 있겠지."
한 집에 살면서 2주간 동생의 죽음을 몰랐던 어이없는 형도 만나고, 아들의 자살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엄마도 만난다. 그리고 결혼식을 앞두고 사고를 당한 애인을 잊지 못하는 여인도 만난다. 그들 모두 죽음을 다른 방식으로 대하고 있다. 영원한 이별이 만들어낸 많은 생각들을 몇 개의 에피소드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려내고 있다. 응급구조사였던 사사가와가 특수 청소를 시작한 까닭이 밝혀질 때쯤 이야기의 울림은 극에 달한다.
p.290. "밤을 해치우지 않으면, 평생 그 어둠 속인 거야……."
해파리처럼 자유롭게 떠도는 가벼운 삶을 꿈꾸던 아사이의 바람은 상복을 입고 화병에 들어가는 순간 사라진듯하다. 아사이와 사사가와 둘의 만남은 서로를 바꾸어 놓는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서로를 바꾸어 놓는다. 극과 극은 통한다라고들 한다. 그래서일까? 죽음, 어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그 이야기의 끝은 밝은 빛으로 향하고 있다. 과거를 치우고 내일을 열어주는 직업을 가진 따뜻한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이다.
"라곰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