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트리스의 예언 비룡소 걸작선 63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소피 블랙올 그림,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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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트리스의 예언》이라는 제목을 보고 단테의 평생 뮤즈이며 『신곡』에도 등장하는 '베아트리체(Beatrice)'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중세 시대 수도사 복장의 인물이 보이는 표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야기 속 주인공 비어트리스는 순수하고 고결한 『신곡』의 베아트리체보다는 용감하고 씩씩한 『오즈의 마법사』의 당찬 도로시에 더 가까운 듯하다.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만큼 놀라운 건 이 이야기를 만든 작가들이다. 뉴 베리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가 쓰고, 칼데콧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 소피 블랙올이 그린 정말 멋진 작품이다.


글은 마법 속을 걷는 것 같은 환상을 주고, 그림은 중세 명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글과 그림이 정말 훌륭한 조화를 보여주는 동화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고퀄리티를 가진 책이다. 얼핏 보면 어린이를 위한 동화 같지만 어른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교훈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고위층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모두 전쟁 중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어린이들이기 때문이다.


p.13. 이 모든 일이 전쟁 중에 일어났어.


이야기는 '슬픔의 연대기 수도원'에 여자아이가 찾아들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슬픔의 연대기의 예언에서 등장하는 여자아이 같다는 생각이 수도사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 불안은 점점 커져서 결국 비어트리스를 수도원에서 내보내게 된다. 수도원으로서는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 바로 왕의 병사들이 비어트리스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왕이 여자아이를 찾는 까닭이 웃긴다. 예언서에 어떤 이야기가 쓰여있기에 왕이 그렇게 혈안이 되어 비어트리스를 찾는 것일까?


두 동생을 병사에게 잃은 비어트리스는 자신의 '이름'만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 비어트리스에게 사랑으로 대해주는 친구들이 생긴다. 사팔뜨기 수도사 에딕 그리고 남자아이 잭 도리.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는 이 동화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듯한 안스웰리카라는 염소다. 제1권의 1장의 주인공이기도 한 안스웰리카는 수도원 내에서 엄청난 골칫거리다. 수도사들을 이빨로 물고 머리로 박는다. 그래서 비어트리스와 함께 쫓겨나게 된다.


p.58. 어디에 있건 슬픔이 기다리고 있는데, 슬픔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사람들. …(중략)…그래서 있는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어. 슬픔이 올 테면 오라지. 결국 지나갈 테니까.


그런데 병사들이 자신을 찾아다닌다는 것을 안 비어트리스의 행동이 멋지다. 역으로 자신이 왕을 찾아가기로 한다. 성으로 가는 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이들이 있어서 전혀 외롭지 않다. 그 길을 함께 하는 이들 개개인의 아픈 이야기들이 동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p.107.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어떤 세상이고, 나는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해?


도로시의 여행처럼 비어트리스의 여행도 환상적이다. 커다란 나무속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는다. 그런 환상적인 장면을 그려보는 즐거움과 간결한 문장, 빠른 전개가 이야기를 더욱 재미나게 해준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야기 속에서 들려주는 비어트리스의 '인어 이야기'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왜 사랑인지 알고 싶은 어른들이 있다면 비어트리스와 친구들을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특히 왕좌를 버리고 숲속에 사는 카녹의 삶은 한번 들여다볼만할 것 같다.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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