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3 - 여명의 기운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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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이라는 집필 과정이 보여주는 작가 엄광용의 집념은 <광개토태왕 담덕>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허구는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나게 역사와 연결되고 역사는 허구를 그리는 바탕이 된다. 오랜 세월 고구려 역사를, 광개토태왕을 그려본 작가이기에 가능한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 이야기 '여명의 기운'을 통해서 조금 자란 담덕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 조금 더 광개토태왕에 다가선 느낌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지리적 배경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광개토태왕의 영토 확장처럼. 바다 건너 왜나라로 망명하는 이도 생기고 소금 교역을 위해 비려로 가려는 이들도 있다. 거기에 산동 반도에서 해상무역을 지키는 이도 있다. 


그런데 7세의 담덕이 맥궁을 당기고 쏜다. 거기에 백발백중의 명궁이다. 을두미 사부의 조기교육의 효과일까? 아무리 그래도 어른도 당기기 쉽지 않은 맥궁을 아이가 당길 수 있을까? 있다. 광개토태왕의 피지컬이 상당히 좋은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니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우리의 영웅은 피지컬 뿐만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훌륭하다. 마소가 끌어야 할 수레를 사람이 끌고 가는 것을 본 담덕은 자신의 명마를 내어준다. 백성을 위하고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정말 멋진 군주의 탄생을 알리고 있는 책이다.


<광개토태왕 담덕 3 여명의 기운>의 시작은 역시 스펙터클한 전쟁씬이다. 그런데 백제나 고구려나 전쟁할 상황이 아닌데 두 군주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만다.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백성들을 아주 넘어뜨리고 만다. 전쟁에 승리한 쪽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집을 떠나 산속으로 숨어든 백성들이 늘어나면서 국가 제정은 궁핍해지게 된다. 그러니 백성의 원성은 커져만 가고 도적 떼는 늘어만 간다. 민심이 멀어지면 역심은 다가온다. 어린 담덕이 고구려 왕실에 닥친 위기에 보이는 반응이 인상적이다. 역시 영웅이다.


딸 소신을 찾기 위해 떠돌아다니던 우신을 도둑떼들 소굴에서 소금 교역이라는 새로운 길을 찾게 된다. 해평은 전쟁에 나가서 전공도 세웠고, 연화는 동궁빈이 되었고,한 팔을 잃은 하대곤의 호위무사 두충은 상단 행수 조환으로 다시 태어났다. 연소불과 하대곤은 자신들을 소망을 이루기 직전이고, 어린 담덕도 꿈꿔오던 자유와 호랑이 사냥을 나선다. 많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개성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들이 소설을 지루할 틈 없이 촘촘하게 채워주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는 캐릭터들 중에서 유독 불쌍한 인물이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주인공이었고, 전사한 국왕의 호위무사였던 추수는 말갈 부락의 사냥꾼으로 산속을 헤매고 다닌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스승 을두미의 권유로 목재 무역에 뛰어들었다가 목재 뗏목을 타고 강을 벗어나 망망대해에 표류하게 된다. 인생 꼬여도 정말 심하게 꼬인다. 진짜 왜 이러지 싶다. 그런데 극적으로 구조된다. 해적들에게. 추수의 앞날을 열심히 응원하고 싶어지는 장면이다.


<광개토태왕 담덕 2 천손신화>의 마지막 장면과 3권 여명의 기운의 마지막 장면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자신에게 무술을 가르쳐준 우적의 스승인 '무명 선사'를 찾아 나선 소진과 해평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등을 돌리는 우적의 모습이 이상하게 겹친다. 자신의 실패는 아니지만 친한 이의 실패도 크게 다가올 것 같다. 어쩌면 4권에서 우적도 '무명 선사'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움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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