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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합
다지마 도시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2년 9월
평점 :
제목부터 강렬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흑백합>의 시작은 열네 살 동갑내기 소년, 소녀의 성장 이야기처럼 다가선다. 그러다가 소년, 소녀의 부모님 세대로 연결된 과거를 통해서 이야기는 미스터리로 들어가게 된다. 반전을 기다리며 이제 나올 때가 지난 것 같은데 할 때쯤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서는 결말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 결말의 충격은 작가가 만든 '반전'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고 재미나다.
작가 다지마 도시유키 는 계속해서 촘촘한 복선으로 결말을, 미스터리의 답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많은 복선들을 무시하게 한 것일까? 순수한 소년,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따라가다 방심한 탓도 있지만 그것은 내가 가진 '고정관념'때문이다.
사랑에 대한, 직업에 대한 편협한 생각이 작가의 친절을 무시하고 만 것이다. 자신은 고정관념과, 편견과 거리가 멀다고 자신하는 이들은 어쩌면 이 책이 덜 흥미롭고, 덜 재미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정말 재미나고 흥미롭게 롯코산을 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두 소년(스스무, 가즈히코)과 한 소녀(가오루)가 롯코산을 배경으로 추억을 쌓은 1952년 여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화자는 두 소년 중 한 명인 '나'(스스무)이다. 열네 살의 여름 방학을 함께 한 순수한 아이들의 우정과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를 다시 만난듯했다.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했는데 아이들의 앞날이 조금씩 불안해질 때쯤 이야기는 1932년 베를린으로 배경을 바꾼다. 아이들의 부모 세대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나'의 추억에 '아버지'의 기억이 더해져서 미스터리 소설로 변해간다. 거기에 미스터리한 사건과 인물들이 잘 스며들면서 매력적인 이야기는 완성된다. 복선을 찾지 말고 눈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읽어야 더 재미있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의 풋풋한 웃음과 설렘을 만나보길 바란다.
너무나 놀라운 결말보다 더 놀라운 것은 작가에 대한 설명(「옮긴이의 말」)이다. 자신의 실종을 예고하고 자취를 감춘 작가 다지마 도시유키는 현재까지도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실종이라니. 정말 이 쉽니다. 복선은 가볍게 넘기고 작가가 의도한 대로 믿게 만드는 작가의 엄청난 필력이 그리울 것 같다.
"모모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