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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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 우리는 정보를 쫓아 질주하지만 앎에 도달하지 못한다.

『피로 사회』로 전 유럽은 물론 한국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철학가 한병철 교수의 신작 <사물의 소멸>을 만나보았다. 교양시간에 접했던 철학자들의 '생각하기'를 다시 만나도 진땀이 난다. 그러니 처음 접하는 개념이 담긴 철학 책<사물의 소멸>은 더욱 난해하고 어렵다. 하지만 철학 책을 읽는 가장 큰 재미가 '난해함'과 맞서보는 것이다. 또 철학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어려움'을 극복하며 완독한 후의 성취감인듯하다. 

500 페이지가 넘는 추리 소설보다 100 페이지 남짓한 철학 책을 읽는데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그래도 범인을 알았을 때의 쾌감보다 몇 배는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까닭에 철학자의 '생각하기'를 엿보는 것 같다. 물론 완독한 지금 저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는지는 미지수지만. 낯선 단어(움켜쥐어졌음 : 감동)들의 의미를 이해하고 생각하는데 많은 노력을 요하지만, '앎'에 조금 다가선다는 느낌이 그 노력을 충분히 보상하고 남을 것이다.

이 책은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내고 있는 폐해 '존재'라는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스마트폰 검색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우리 삶을 망가뜨릴 위험성을 다분히 품은 '요물'이라 표현하고 있다. 반사물(정보)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통해서 우리가 지켜야 할 존재의 참의미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며 접근하면 그렇게 어렵고 난해한 책은 아니다. 

p.61. 정신은 원래 '자기 바깥에 있음' 혹은 '움켜쥐어졌음'을 뜻한다.

철학은 생각하기다.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소외감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생각을 끌어내고 있다. 스마트폰, 셀피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인공지능은 빠른 '계산하기'는 할 수 있지만 '생각하기'는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은 정신이 없다. 빅데이터는 초보적인 앎을 제공하지만 아무것도 '개념화'하지 못한다. 그런데 완독 후 저자의 '생각하기'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내 상태가 빅데이터 같다. 정보는 차고 넘치는데 '개념화'하지 못하는. 

p.69. 생각하기는 "바보처럼 굴기"를 통해 전혀 다른 곳, 다닌 적 없는 곳으로 도약을 감행한다. 철학의 역사는 바보짓들의 역사, 바보 같은 도약들의 역사다.

산업 자본주의를 지나 정보 자본주의로 접어든 세상에 대처하는 길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는 책이다.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에너지를, 자신감을 키우고 싶다면 한 번쯤 만나두면 좋을 것 같다.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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