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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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지구에 정말 우리 인간이라는 종말고는 지능을 가진 종이 없을까? 그런 의문에서 시작된 이야기일까? 인간의 언어를 쓸 줄 알고 이해할 줄 아는 종족이 나타났다. 아니 처음부터 함께 있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없었을까? 그들의 존재는 육감적으로는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투명 인간. 종전의 투명 인간들이 과학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투명인간들은 인류와 함께 진화한 또 다른 인류이다.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연옥의 수리공』으로 장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제1회 K-스토리 공모전에서 이 작품<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로 미스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민선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영화 시나리오를 비롯해서 웹툰, 소설,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써온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알려주는 소설이다. 


p.7.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유학을 다녀와 연기 학원을 다니고 있는 홍한수. 광고에 마임 하는 배경으로 나온 이력이 다인 주인공 홍한수가 동창 모임에 참석한다. 친구들의 성화에 전교 1등에 서울대 목재 학과를 나왔지만 인생이 꼬여버렸는지 연락이 끊어진 동창 채기영에게 문자를 남긴다. 그런데 그 문자가 홍한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다. 


채기영은 "한수야, 나 투명인간을 죽였어."라는 뜻 모를 답장을 보내온다. 그러고는 자신과 함께 그 시체를 치워줄 것을 부탁한다. 그렇게 홍한수는 '투명인간'과 만나게 된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손으로는 만져지는 존재를, 그것도 시체를 만나게 된 것이다.


p.139. "나 지금 뭐 하는 미친 짓이지.?"


이야기의 중심에는 투명인간(묵인默人) 과 그들을 가두고 이용하려는 유령회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자살한 채기영을 대신해서 투명인간을 돕게 되는 주인공 홍한수.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며 조금씩 자신의 자존감을 찾아가는 홍한수를 통해서 사람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용기를 보여준다. 홍한수와 묵인들의 차이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 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힘없는 존재들이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또 권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의 마인드를 접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흩어지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유학파 연기 지망생과 사회가 지워버리려고 하는 투명인간이 합쳐져 놀라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국정원까지 등장하며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고 홍한수는 묵인들을 돕고 또 묵인들은 한수를 돕는다.

 

우리 사회 어두운 구석에 있을지도 모를 '투명인간'들을 위해 어둠을 걷어내야 한다. 묵인이라는 존재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이들부터 챙겼으면 좋겠다. 그들이 투명인간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우리가 투명인간이 되지않도록 서로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사회이길 바라는, 깊은 생각을 몰고 오는 책이다. 묵인들의 이름 짓는 방식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팩토리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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