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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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한 설렘을 주었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또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이 책이 가진 그 무엇이 그토록 강력한 끌림을 만들어낸 것일까? 큐레이터이자 역사가인 루크 키오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보여준 그림도 모두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식물 이동'의 원인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제국주의와 신제국 주의가 만들어낸 '식민지' 역사를 식물의 이동을 통해서 들여다 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워디언 케이스(wardian case) 식물을 담는 상자다. 좋은 것을 서로 교역하던 사람들은 보기 좋은 꽃부터 실용적인 식물들까지 교역하고 싶어 하게 된다. 그런데 몇 개월씩 걸리는 항해 시간이 문제였다. 종자도 살아있는 식물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고 그 문제를 '밀폐된 공간'을 통해서 해결한 것이 워디언 케이스이다. '식물 이동'을 가능하게 한 획기적인 상자는 외과 의사이자 아마추어 박물학자인 너새니얼 백쇼 워드가 우연히 발견했다. 그 상자 '워디언 케이스'는 테라리엄(terrarium)의 조상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식물이 물 없이 장기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워드는 밀폐된 상자 두 개를 1833년 당시 가장 긴 항로였던 런던 시드니 항로를 통해서 시드니로 보낸다. 그렇게 세계사 속으로 들어온 워디언 케이스는 이후로 살아있는 식물들을 성공적으로 이동시킨다. 중국에서 인도로, 남미에서 아시아로 머나먼 항로를 이동하며 원산지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뿌리를 내리게 한다. 그렇게 말레이시아는 고무가, 인도에는 차가 자리 잡는다. 여기에는 제국 주의자들의 '식민지'정책이 한몫한다. 

식물의 이동과 제국주의가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 책에 담긴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현재도 프랑스, 영국, 독일의 식민지였던 코트디부아르, 가나, 카메룬은 세계 코코아의 7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식민지의 땅과 노동력을 착취한 플랜테이션(plantation)의 확장에 워디안 케이스가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 도움은 얼마 뒤 재앙으로 돌아온다. 식물과 함께 이동한 많은 질병들과 해충이 현지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등 많은 문제들을 만들어 냈다.


p.315. 유럽인들이 새로운 땅을 그들의 식민지로 만들면서, 벌레도 전 세계 온실을 그들의 식민지로 삼았다.


식물 이동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고 식민지 농장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의사 워드가 식물에 대한 사랑으로 완성시킨 식물 상자는 식물의 이동을 좀 더 자유롭게 했고 이동을 전 세계로 넓혀주었다. 식물 이동을 통해서, 워디언 케이스를 통해서 제국주의 역사를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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