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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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을 만난다는 것은 과거라는 시간 속을 여행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과거의 시간을 엿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고전 작품은 벽돌 책이고 내용은 지루할 때가 많다. 하지만 오래전의 시간이 보여주는 지루함을 이겨내고 완독이라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면 고전문학의 즐거움 중 하나가 인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전문학을 만날 때 '인내'와 함께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고전문학 속으로 함께 떠날 길잡이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루함을 잊게 해줄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려줄 조력자, 작품의 매력을 더해주는 작가에 대한 비밀 이야기를 들려줄 안내자가 필요한 것이다. 바로 그 점이 현대지성의 고전문학 시리즈 '현대지성 클래식'을 통해서 고전문학을 접하는 까닭이다. 


현대 지성 클래식 44번째 작품은 얼마 전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했던 고래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모비 딕>이다. 『노인과 바다』를 읽었을 때처럼 '왜'라는 의문이 조금씩 피어났다. 왜 이 작품이 영어로 쓴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듣는 것인지, 미국 최대 독서 커뮤니티에서 2019년 실시한 투표 결과 성경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까닭은 무엇인지. 


『노인과 바다』를 읽고 지루함에 지쳐갈 때쯤 만나게 된 '해설'을 읽고 노인이 짊어지고 나온 청새치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물론 문학 작품의 해설은 해설을 하는 이들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전문가의 안내를 받고 작품의 흐름을 다시 생각해 보는 즐거움은 고전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인듯하다. 


<모비 딕>의 흰고래가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을까? 전혀 감이 잡히지 않기에 이번에도 옮긴이 이종인의 도움을 받았다. 역자는 모비 딕을 흰 고래라 명명하며 모비 딕이 가지는 종교적, 신화적, 사회적, 심리적 그리고 철학적 해석을 보여준다. 주석과 해설을 통해서 <모비 딕>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디테일하게 들려준 역자와 함께 이 책의 소장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레이먼드 비숍의 목판화 일러스트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비 딕>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고래 사냥을 떠난 주인공이 고래를 잡으며 모비 딕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스토리를 풍부하게 해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지루하거나 난해한 고전이라기보다는 재미난 고전이었다. 세계적인 커피 체인 스타벅스에게 이름을 빌려준 일등항해사 스타벅을 비롯한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흥미로웠고 다양한 고래들을 소개하는'고래학'도 재미있었다.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Call me Ishmael)p.37.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주인공 이슈메일이 퀴케그를 만나고 그와 함께 피쿼드호에 승선해서 에이해브 선장과 함께 모비 딕을 찾아 해양을 모험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그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종교적인 관점이 아닌 존엄성에 관한 문제로 풀어내며 다양한 문제들을 들려준다. 야만인 퀴케그와 기독교인 이스메일이 친구가 된다는 설정부터 기독교가 지배하던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을 것이다.


미국 모던 문학의 문을 열었다는 <모비 딕>은 발표한 후 5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 과정에서 좌절했을 작가 허먼 멜빌의 삶을 만나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흥미로운 점이다. 재미난 스토리가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의미 있는 이야기가 넘치도록 풍부한 소설이다. 왜 미국에서 성경을 누르고 최고의 책이 되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현대지성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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