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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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안타깝게도 '난민'이다. 20년간의 점령을 뒤로하고 철군한 미군을 이어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난민의 수는 더욱 늘어날 듯하다. 그 과정에서 멋진 작전으로 탈레반을 피해 한국으로 들어온 난민들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몰이해는 난민과 척박한 땅만을 떠오르게 한다. 이런 점을 멋진 소설로 그렇지 않다고 알려주고 있는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를 만나본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작가는 아프가니스탄의 외교관인 아버지 덕분으로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숙청대상이었던 그의 가족들은 1980년에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열다섯 살이었던 호세이니는 네 명의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고 그렇게 의사가 된다. 하지만 호세이니는 늘 자신의 조국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고 2003년 『연을 쫓는 아이』를 발표한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 세계적인 작가가 된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2007년에 발표한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아프가니스탄의 두 소녀가 잘못된 사회 관습에 무너져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열다섯 살 어린 소녀 마리암이 '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하여 일컫는 말)'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자존감을 잃어가는 과정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믿었던 아버지의 냉정한 모습에 상처받은 소녀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홀아비에게 시집가게 된다. 원하지 않은 결혼 생활이었지만 임신과 함께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행복은 여러 번의 유산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폭력에 시달리며 버텨오던 마리암은 이웃 소녀 라일라를 구해주게 된다.


열네 살 소녀 라일라는 마리암의 남편 라시드와 결혼을 선택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혼한 마리암은 라일라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 둘의 사이는 어색함을 넘어 냉랭했다. 30대의 마리암과 10대 소녀의 어색한 동거는 그렇게 시작한다. 이 작품 최고의 빌런 아니 쓰레기인 라시드는 이번에도 임신한 라일라에게 참 잘해준다. 하지만 금세 본성을 드러내고 폭력을 행사한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쓰레기의 참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나중에 밝혀지는 그의 비열한 짓거리에 비하면 폭력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두 여성이 폭력을 피해 달아나기를 바랐고 또 그렇게 될 것을 믿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행해야만 집 밖에 나갈 수 있었다. 정말 많이 양보해서 그들만의 관습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싶었다. 여성도 사람인데 사람을 집에 가둔 것이다. 탈레반은 지금도 여자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그들의 생각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정말 화가 난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통해서 탈레반의 모습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알게 되어서 무척이나 좋았다. 하지만 두 어린 소녀의 삶이 황폐해지는 것을 보면서 이 책과의 만남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갑자기 학교 교사에서 공장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됐지만 딸 라일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빠 바비와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삶에 대해 용기를 가진 친구 타리크를 통해서 라일라를 덮친 어둠을 조금 벗겨내려 하지만 그 어둠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혀버린 이들의 어둠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두려운 경험이었다.


마리암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라일라의 삶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는 관습은 누가 무슨 생각으로 만들어낸 것일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또 전쟁이 만드는 여성들에 피해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현대문학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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