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349."마음의 문제라네. 망령은 실제 하지 않아. 망령은 마음속에 있지. 죄를 짓고 자기 마음을 속이는 자는 불행한 일이 생기면 자신의 죄에 대한 응보라고 생각하지."

제5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야쿠마루 가쿠는 다수 작품의 영상화 또 다수의 수상 경력이 보여주듯이 굉장한 스토리텔러이다. 작가는 베스트셀러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다시 한번 굉장한 필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약속』에서 무카이를 통해서 던졌던 물음을 <어느 도망자의 고백>다시 한번 던지고 있다. 용서와 응징의 진정한 의미 생각해 보라고 다시 자극하고 있다. 

도덕성이 결여되었던 무카이가 새로운 삶을 살다가 과거의 검은 거래에 발목을 잡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돌이킬 수 없는 약속』에서의 응징과 용서는 <어느 도망자의 고백>의 주인공 쇼타를 통해서 접하는 용서와 응징과는 결이 조금 다른듯하다. 

쇼타는 뺑소니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너무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이카와 연애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평상시에 '도덕'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쇼타도 도덕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차에 동물이 아닌 사람이 치었다는 것을 외면하려는 순간까지는.

그런데 두 작품의 시작은 또 비슷하다.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라는 단 한 문장이 담긴 편지 한 통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되었듯 이 소설은 애인인 아야카의 짧은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시작한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p.13) 쇼타는 악몽 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티켓을 쥐고는 음주 운전을 한다. 그러고는 도덕과 먼 길을 택한다. 비록 법의 처벌은 받았지만 평생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야 한다. 

여기서 용서와 응징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자신의 죄를 알기에 행복한 삶은 생각하지도 않는 쇼타 앞에 아야카가 등장한다. 그리고 쇼타의 차에 치인 할머니의 남편인 노리와 가 긴장감을 더해준다. 치매 걸린 노인이 칼을 들고 찾아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응징'을 피해 다니며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게 좋을까 진정한 의미의 '용서'를 구하는 게 좋을까? 교통사고라는 단순한 스토리에서 정말 굉장한 이야기를 뽑아 놓았다. 다시 한번 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필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벌써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