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블루 창비교육 성장소설 1
이희영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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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2. 삶이란 그런 것일까? 지도 한 장 없이 정확한 목적지도 모른 채 떠나는 것. 지금 걷고 있는 길이 과연 어디로 나를 이끌어 줄지 전혀 알 수 없는 불안한 초행길 말이다.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 창비 청소년문학상, 브릿G 로맨스스릴러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작가, 『페인트』와 『나나』로 만나본 작가 이희영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보았다. 작가의 상상력에 푹 빠졌었던『페인트』 도 열일곱 열여덟 아이들이 '영혼 없는 삶'을 살게 된 까닭을 보여주는 『나나』도 너무나 가독성이 좋아서 단번에 결말까지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챌린지 블루>는 자꾸만 멈추게 된다. 가슴 먹먹하게 하는 애잔한 글에, 아름답고 멋진 표현에 책 읽는 속도를 낼 수 없다. 거기에 열여덟 열아홉 소녀들의 위태로운 삶이 더해져서 더욱 책 넘기는 속도를 더디게 한다. 너무나 큰 울림이 시작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이어지는 책이다.


전작에서보다는 조금 더 섬세하고 잔잔한 표현들이 이야기에 어두운 무게감을 주고 있다. 적당한 깊이의 어둠이 '챌린지 블루'의 뜻을 생각해 보게 한다. 영어 blue의 뜻에는 슬픈, 낙담한 그리고 '아주 힘든 시기'라는 뜻이 있다. 어쩌면 챌린지 블루 challenge blue라는 제목은 단순한 색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힘든 시기에 도전하는 우리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 같다. 그래서 어둡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대학입시라는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흥미로운 배경들이 재미나고 신비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주고 있다. 


열심히 준비하던 꿈이 흔들이는 바림과 다시 꿈을 찾은 바림의 친구 해미의 시간을 주위에서는 '늦었다'라고 한다. 바림에게는 그만두기에는 늦었다 하고 해미에게는 시작하기에는 늦었다고 한다. 미술. 그림 그리기가 좋았던 바림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그림을 배우고 그린다. 하지만 입시를 앞두고 그리기에 싫증을 느낀다. 바림이 미술 학원을 다니게 했던 단짝 친구 해미는 고등학생이 되어 뒤늦게 그림을 배우고 그린다. 둘의 시간은 모두에게 늦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정말 그들의 새로운 시작은 늦은 것일까? 열아홉이라는 나이가 무엇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일까? 


p.36. 버리자니 아깝고 다시 사용하기엔 낡은 것은 어쩌면 쌓아 올린 시간인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살아온 하루하루의 삶과 헛된 희망 같은 것 말이다.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손을 다친 바림은 이모가 있는 엄마의 고향으로 향한다. 초등학생 때 이후로 10여 년 만에 찾은 시골의 계곡에서 한겨울에 파란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아이를 만나게 된다. 현실을 피해 내려온 시골에서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고등학생 이레는 동화로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취미라고 한다. 입시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바림과 마찬가지로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난다. 아들이 고3이라서 더 그런 듯하다. 하지만 이레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레와 바림이 꾸는 꿈은 무엇이 다를까? 바림은 계곡에서 만난 아이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 누굴까?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들에게 이 책을 전해주고 싶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꿈을 가지라는 이야기도, 꿈을 찾으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꿈을 향해 가는 시작과 꿈을 미루려는 멈춤에 대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늦은 시기란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멈추는 때도 늦은 시기는 없는 듯하다. 이 책은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아이들의 용기를 응원하는 매력 넘치는 소설이다.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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