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곳은 무덤이었다

눈을 뜬 곳은 무덤이었다
민이안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6월

한국 과학기술출판협회 제1회 SF(공상과학소설) 공모전 대상 수상 작품을 만나본다. <눈을 뜬 곳은 무덤이었다>는 민이안 작가가 공상으로 만들어낸 미래 세상에 오늘을 사는 현실 세상의 감정들을 연결해 놓은 듯한 신비한 소설이다. 그래서 이번 공모전의 모티브 '상상 현실이 되다'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야기인듯하다.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공존은 이제 공상이 아니라 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반인반안'의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반인반수(半人半獸)'가 있었다면 이 소설에는 자신을 인간으로 여기는 안드로이드가 주인공이다. 인류는 냉동이라는 기술로 미래를 연장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기술은 결국 주인공의 등장을 부추겼다. 그렇게 몸은 로봇이지만 인간의 생각을 가진 주인공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만나본 소설 주인공들 중에 가장 소박한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다. 풀벌레.

풀벌레는 폐기 처리 과정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행운을 잡는다. 그렇게 풀벌레는 달과 친구가 되고 둘은 안드로이드가 가진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파란색 장미를 찾기 위해 또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의기투합해서 흥미로운 여정을 함께 한다. 달의 미션에 도움을 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보려는 풀벌레. 인간도 아니고 안드로이드도 아닌 풀벌레가 정체성, 존재 가치 등을 조금씩 찾아가는 풀벌레를 보면서 아슬아슬했던 불안감은 어느새 달에게로 옮겨간다. 달의 미션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그 미션은 달을 전 세계를 돌아다니게 한다.

어린 왕자 오아시스의 등장은 설마가 현실이 되었다. 어린 왕자가 등장하고 장미꽃이 보이고 바오바브나무가 등장한다. 너무나 친숙한 하지만 전혀 새로운 접근이 이야기 속으로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어린 왕자와의 만남은 즐거웠고 그 속에 담긴 반전은 너무나 놀라웠다. 달의 등에 새겨진 문장의 의미를 알았을 때의 풀벌레의 감정이 어땠을까? 지금의 나와 같았을까? 풀벌레와의 만남도, 달과의 만남도 정말 흥미로운 작품이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