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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평점 :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본다. 이집트 여신의 이름을 가진 시크한 고양이 바스테트의 스릴 넘치는 모험은 『고양이』에서 시작해서 『문명』으로 이어져 <행성 1,2>으로 끝을 맺는다. '제3의 눈'이라는 과학 발전의 결정체를 머리에 이식해서 인간들과 소통이 가능해진 고양이 바스테트는 전작들에서 인간의 지혜와 용기를 뛰어넘는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 고양이 바스테트의 리더십은 인간과 고양이, 개, 앵무새 등 다수의 종들에게 지지를 받을 만큼 훌륭하다.
<행성 1,2>는 전작들과 이어지지만 따로 이 작품만 읽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여전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통해서 흥미로운 지식들을 알려주어 이야기에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 바스테트가 들려주는 어머니의 지혜는 어떤 철학적인 수사보다도 더 큰 울림을 준다. 스릴 넘치는 스토리 전개 속에 담긴 철학적인 사유가 즐거움을 더해준다. 거기에 전작들과는 조금 다르게 많은 인간들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총회 의장에 힐러리 클린턴이 등장하고 로봇 공장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실제 창립자도 등장해서 이야기의 흥미를 더해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역시 타고난 스토리텔러라는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생각을 다시 하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p.145.(1권) 예전에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불행은 악착같이 달라붙어 있질 못하고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진단다.>
전쟁과 테러, 감염병 등 인류 저지른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인간은 8분의 1로 줄어들고 황폐해진 지구는 쥐들의 세상이 되고 만다. 엄청난 수적 우세와 무지막지한 폭력성으로 무장한 쥐들을 피해 '마지막 희망'호를 타고 파리를 탈출한 바스테트 일행은 뉴욕에 도착한다. 쥐들을 죽일 수 있는 신약 계발에 성공했다는 정보를 듣고 부푼 희망을 품고 대서양을 건너는 힘든 항해를 이겨낸 것이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뉴욕도 쥐들의 세상이었다. 바스테트 일행의 배는 항구에 접안하지도 못한 체 다시 바다로 도주한다. 하지만 고층 빌딩의 옥상에서 비친 불빛이 다시 일행을 희망에 차게 하고 그렇게 뉴욕 생활을 시작한다.
쥐들의 왕 알 카포네를 피해 땅을 포기하고 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생활하는 뉴욕의 인간들은 102개의 인간 집단을 대표하는 총회가 존재할 만큼 조직적이다. 하지만 그들의 상황도 파리 쥐들의 왕 티무르를 피해 대서양을 건넌 바스테트 일행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군인들의 상륙 작전으로 상황이 좋아지는 듯했지만 불을 사용할 줄 아는 '제3의 눈'을 가진 티무르가 뉴욕에 도착하면서 전세는 다시 한번 뒤집힌다.
오래된 고층 건물들은 쥐들의 공격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의견을 모으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역시나 인간들은 쓸데없는 토론만을 펼치며 아까운 시간을 보낸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고양이 바스테트는 자신에게 103번째 대표 자격을 주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다. 바스테트가 제시한 문제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재미난 스토리 전개와 흥미로운 백과사전이 행복한 시간을 선물한다. 그런데 그 선물이 너무나 순식간에 사라져 아쉬움이 더 크다. 그러니 1권을 만날 때 2권을 준비해 놓은 건 선택이 아니고 필수인 소설이다.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