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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6월
평점 :
p.256. 이상하게도 나는 그녀의 상벌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사 없었다. 더 나쁜 것은 내가 거기에 일종의 향수마저 느낀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내 삶의 균형은 그녀의 격렬한 감정과 나의 흐릿한 감정 사이의 불균형 속에 있었던 모양이다.
열아홉 살에 『슬픔이여 안녕 Bonjour Tristesse 』(1954)으로 데뷔하고 그해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은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스물아홉 번째 책<황금의 고삐>를 만나본다. 사랑, 고독 그리고 욕망이라는 주요 흐름을 가진 사강의 작품들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될 듯했다. 삐뚤어진 사랑이 만든 소유욕과 굴욕이 한 부부의 삶을 어떻게 허물어 버리는지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7년이라는 결혼 생활에 닥친 위기를 부부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삐'하면 떠오르는 것은 사전적 의미를 차치且置하더라도 구속이나 굴레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이다. 이 작품에서 고삐를 쥔 쪽은 부유한 아내 로랑스이고 고삐에 묶여 구속된 쪽은 가난한 무명 음악가 남편 뱅상이다. 즉 '돈'이 고삐이고 돈이라는 황금에 구속된 이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부부 이외의 등장인물들도 다양한 고삐의 존재를 보여준다. 금전적으로, 심리적으로 굴레에 갇힌 이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런데 사강 소설의 허구는 작가의 실제 삶과 닮아있어서 묘한 매력을 더한다. 도박 중독으로 피폐한 삶을 살았던 사강은 주인공 뱅상에게 경마에서 큰 배당을 안겨준다. 하지만 뱅상에게 행운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뱅상은 로랑스와의 열정적인 사랑을 추억하며 무력함을 참고 지낸다. 돈에 대한 굴욕감으로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던 뱅상은 영화음악으로 성공을 거두고 행복한 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 순간은 정말 찰나만큼이나 짧다. 뱅상의 성공 즉 돈이 트리거가 되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부부의 위기가 수면으로 떠오른다. 배우자의 성공이 위기가 되어 다가오는 관계의 부부는 갈라서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뱅상과 로랑스의 선택은 무엇일까?
사랑이 소유욕이라는 삐뚤어진 욕망의 모습을 띠게 되면 말 그대로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잘못된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욕망의 끝에 자리 잡고 있는 것에 대한 사유를 만날 수 있는 깊이 있는 이야기이다. 평범한 부부들의 그저 그런 갈등을 그린 소설이 아니라 역시 사강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자연스럽게 오래도록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끌림이 있다. 인간의 욕망은 사랑에 어떤 영향을 줄까? 어차피 사랑도 상대방에 대한 욕망이 아닐까? 욕망과 사랑 그리고 늘 사강과 함께 읽히는 고독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페이퍼로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