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라앉지 마 - 삶의 기억과 사라짐, 버팀에 대하여
나이젤 베인스 지음, 황유원 옮김 / 싱긋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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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라앉지 마>는 영국의 디자이너, 만화가 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나이젤 베인스가 자신의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조금씩 본 모습을 잃어가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이 년 동안의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목을 통해 받은 첫 느낌은 '무겁다'이다. 아마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예상한 까닭일 것이다. 그런데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를 만나고는 무언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코믹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윌리를 찾아라』의 주인공을 만난듯했다.


어머니의 안타까운 죽음을 재미와 감동으로 그려내고 있어 책을 접하는 중간 느낌은 놀라움이었다. 슬픔으로 인해 마냥 가라앉지 않고 한걸음 앞으로 나서는 작가의 자세가 놀라웠다. 가라앉을 것 같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뜨워준다. 가벼운 미소를 보이면서도 경박하지 않은 흐름을 유지하는 놀라움을 보여준다. 그림과 글로 표현하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책이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은 새로움이다. 자주 접하는 치매와 죽음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들려주고 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금씩 변해가는 어머니를 보면서 작가는 어머니의 기억을 자신의 추억으로 보여준다. 치매로 고통받는 어머니를 안타까운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대신 추억하는 듯해서 좋았다. 또 영국의 복지 시스템을, 영국의 평범한 노동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새로움도 좋았다.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는 치매 환자의 아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우리의 현실도 영국과 다르지 않은 탓일 것이다.


영국의 평범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소년은 작은 마을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며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아들은 고향을 떠났었지만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고향을 향한다. 그렇게 다시 그 작은 마을을, 고향을 추억하며 어머니의 시간을 돌아본다. 그런데 어머니의 시간을 돌아보는 작가의 모습이 반성과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난 나의 어머니의 삶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지금이라도 어머니의 기억을 내가 이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의 작가 나이젤 베인스처럼.


치매는 전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낸다. 아이가 된 어른, 어른이 된 아이. 치매 환자를 대하는 지혜도 맛볼 수 있는 이 책이 보여주는 가장 큰 의미는 죽음을 대하는 지혜로운 자세인듯하다. 마지막 페이지에 너무나 편안한 모습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표현처럼 인생은 바다 위에서 가라앉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지 모른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함께 가라앉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세심한 배려를 만날 수 있어 좋다.

치매와 죽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소중한 기억들을 조금씩 잃어가는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아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감동과 재미는 쉽고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중간중간 흐름이 멈춘다.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신 까닭을 것이다.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도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을까? 표지의 그림이 뜻하는 애도의 커튼을 최대한 늦게 치고 싶다.

삶을 물 위에 떠있는 것으로, 치매와 죽음을 가라앉는 것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기록<엄마, 가라앉지 마>를 만난다는 것은 우리들 삶을 위해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 될 것 같다. 주인공이 짊어진 '대시'의 의미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대시 무게는 얼마나 될까?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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